계엄·탄핵 속 업계 '전전긍긍'
'AI 시대' 빅테크, 원자력 관심
시장선점·탄소중립 해결 시급
'AI 시대' 빅테크, 원자력 관심
시장선점·탄소중립 해결 시급
"글로벌 빅테크들이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데, 우리만 또다시 탈원전으로 회귀되면 원전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될 겁니다."
계엄과 탄핵의 격랑 속에서 원자력 업계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의 직무정지 영향으로 국가 에너지 정책이 다시금 변화의 기로에 서고 있다. 현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으로 원전 생태계에 온기가 잠시 찾아 왔지만, 대통령 탄핵 결과에 따른 향후 국정 상황에 따라 원자력을 포함한 국가 에너지 정책이 리셋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탄핵 정국 속 탈원전 부활(?) 예의주시= 앞으로 정치 지형 변화에 따라 현 정부가 추진해 오던 원전 확대 정책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만약 탈원전 기조의 야당이 국정 주도권을 잡게 되면 원자력은 혹한기로 접어들 것이고, 그 반대인 경우에도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야당의 도움 없인 원전 활성화 정책을 추진할 수 없게 된다.
이렇듯 국가 대계라 할 수있는 에너지 정책의 잦은 변화는 국내 에너지 산업 생태계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매 정권마다 탈원전과 탈원전 폐기를 반복해 온 탓에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성 있는 국가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피해는 고스란히 에너지 업계가 감당해야 했다.
급격한 에너지 정책 변화는 기업의 투자나 사업계획 등에 영향을 미쳐 에너지 생태계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를 목격했다. 5년 내내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세계 5위 원자력 강국 코리아의 위상은 한 순간에 주저 앉았다. 원전 산업 생태계는 무너져 내려 일감 부족에 기업들은 경영난에 직면했고, 원자력 종사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원자력 관련 학과 진학 기피 현상도 더해져 원자력 인력 양성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미래 원전 시장 선점을 위한 연구개발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원자력에 꽂힌 빅테크…재생·원자력 가리지 않는 국가 에너지 대계 세워야= 윤석열 정부 들어 탈원전 폐기로 돌아서면서 숨통을 텄지만, 그것도 잠시 또다시 탈원전 트라우마를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 상황적으로 많이 달라졌다. AI 보급 확대와 AI 일상화에 따른 전력사용 급증으로 안정적인 전력 확보와 에너지 안보 강화 필요성이 커졌다. 탄소중립과 같은 국제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무탄소 친환경 에너지원인 원자력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구글과 아마존, 메타,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원자력에 관심을 갖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는 이유다. AI 대전환 시기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으로 원자력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탈원전이냐, 탈탈원전이냐를 따져선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최근 일본 정부는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를 모두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축소에서 원전 확대로 유턴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앞으로 신규 원전 건설과 해외 원전 수출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계엄과 탄핵이라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 장기적 안목을 갖고 여야 합의를 통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만들어 가지못하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창희 한전공대 에너지공학부 교수는 "국가 에너지 정책이 장기 로드맵을 갖지 못하고 정권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할 혁신 주체인 산업계와 연구계가 잦은 에너지 정책 변화로 영향을 받고 있다"며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정치적이념과 논리에 따라 경쟁하는 에너지원이 아니라, 상호 보완·대체하는 에너지원으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시대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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