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은 20일 재선·3선·4선 등 선수별로 회동하고 차기 비대위원장 후보를 논의했다. 이들은 특정한 인물을 고르지는 못했으나 당내 다선 의원 몇 명을 추리거나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 투톱 체제로 가자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당초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까지 맡는 원톱 체제가 부상했으나 업무 과중 등을 고려해 투톱 체제가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
먼저 재선의원들의 경우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의원회관에서 2차 회의를 가졌다. 재선 모임 간사인 엄태영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권 권한대행이 훌륭하지만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국에 리스크를 혼자 받는 것보다는 비대위원장과 투톱 체제로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해서는 원내·원외, 통합형·개혁형 여부 등을 권 원내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3선 의원들도 이날 오전 10시부터 의원회관에서 비대위원장 인선을 논의한 결과 "혼자서 (업무를 수행)할 경우 과부하가 생기고 당대표와 비대위원장이 해야 할 일이 많은 만큼 투톱으로 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김석기 의원이 전했다. 3선 의원들은 비대위원장 선임이 원내에서 이뤄져야 하며 두 명으로 후보군을 좁히기도 했다. 김 의원은 구체적인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권영세·나경원 의원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4선의 경우 구체적인 인물 논의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 경험 많은 원내 인사가 투톱 체제로 당을 이끌어갔으면 좋겠다는 의견만 모았다고 박대출 의원이 모임 후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권 권한대행은 선수별 간담회 결과를 종합해 다음주쯤 차기 비대위원장 인선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내부 균열이 커지면서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든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탄핵 정국 수습 조기 대선 준비, 당내 통합이라는 과제를 모두 수행해야 한다.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힌 일부 초재선·소장파 의원들을 겨냥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상욱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가장 자유롭게 민주적 토의와 개방적 절차가 이뤄져야 할 당내에서 요즘 색출이라는 단어가 너무 자주 등장하고 있다"며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탄핵 찬성한 사람 색출한다', '일어서서 한 명씩 찬반을 얘기해라', '색출한다' 등 원내에서 무엇을 색출하고 찾아내자는 것 자체가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당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탄핵안 가결 직후 열린) 의총장에 저는 갈 수 없었다"며 "여기저기도 낄 수 없는 고립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 밖에 탄핵에 반대했던 인물이 비대위원장이 됐을 때 '계엄 옹호당'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를 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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