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안정을 위해 한 대행을 포함한 여야정협의체(국정안정협의체)를 운영하자고 하면서도 한쪽에선 한 대행에게 '내란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공포를 요구하며 탄핵 압박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탄핵 정국에 한 대행을 민주당의 뜻대로 쥐락펴락하겠다는 속내로 읽힌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 대행을 향해 오는 24일까지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했다. 한 대행이 특검법 공포를 미룰 경우 즉각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으름장인 셈이다. 박 원내대표는 "'12·3 윤석열 내란 사태'는 결국 내란 특검으로 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며 "특검이 수사하고 기소해서 사태를 수습하는 게 최선이고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기 문란 중대범죄 의혹인 '명태균-김건희 국정농단', 불법 여론조작, 공천개입, 주가조작 등도 수사를 거부하거나 늦출 이유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앞서 국정 안정화에 초당적 협력을 해야 한다면서 한 대행과 국민의힘 등에 여야정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재명 대표는 특히 "한 대행과 통화하면서 여야를 가리지 말고 정파를 떠나서 중립적으로, 정부 입장에서 국정을 해나가야 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면서 "너무 많은 탄핵을 하게 되면 국정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일단은 탄핵 절차는 밟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국정 혼란을 우려해 한 대행 등 국무위원 탄핵은 절차를 밟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불과 며칠 만에 탄핵을 무기 삼아 한 대행에게 쌍특검법 공포를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국정과 여당을 마비시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추진하는 쌍특검법에 대해 "(특검법에서)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하는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반론을 폈다. 또 민주당이 한 대행에게 특검법 처리를 촉구하며 탄핵을 압박하고 있는 것에 대해 "(민주당은) 한 대행을 향해 응분의 대가, 크리스마스 전 탄핵 결정, 다음 달 초 탄핵 추진 등 협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사실상 국정 초토화도 불사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헌법만을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2개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비판하려면 법안의 위헌 요소부터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한 대행 압박카드는 효력이 커 보이지 않는다.
한 대행 탄핵이 힘들기도 하지만, 만약 탄핵하면 대통령권한대행이 공석이 되고 다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 옮겨진다. 그 경우 민주당에게 가장 중요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위한 헌재 9인 체제가 불발될 수도 있다.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맞게 되면 헌재 재판관 3인 임명이 더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한 대행은 좀 느긋한 편이고 쫓기는 쪽은 민주당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