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는 환율 상승에 따라 비상 경영계획 수립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실무진이 시장 상황을 반영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면 이사회 보고·결의, 금융당국과의 공유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전망이다.
KB금융지주는 내부적으로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시나리오를 추가 설정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내년 환율 전망을 1300~1450원(평균 1360원) 수준으로 보고 경영계획을 짰으나, 전망치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0월 일찌감치 내년 경영계획을 확정하면서 내년 평균 환율을 1385원으로 가정했다. 우리금융지주는 내년 평균 환율이 1300원대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경영계획을 수립했다. 농협금융지주도 내년 평균 환율 전망치를 지난 9월 말 기준 1330원에서 11월 말 기준 1350원으로 한 차례 높였으나, 추가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지주들이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비상 경영계획을 물밑 논의 중인 가운데 각 사 대표 전문가들은 이미 기존 환율 전망치를 대폭 수정해 제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취임이 예정된 내년 1월 전후로 환율이 1500원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번 환율 고점이 1440원 안팎이었으나 현재 환율은 이를 돌파했다.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졌기에 상단이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지주들은 비상계획 수립에 이어 연말 '쇄신'에 초점을 둔 대규모 인사도 단행했다. 5대 시중은행 중 4곳의 은행장이 교체되며 대단위 세대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은행장 교체는 신호탄일 뿐이란 해석도 나온다.
현 행장이 연임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새 행장으로 추천된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후보(현 KB라이프 대표)와 이호성 하나은행장 후보(현 하나카드 사장)는 업계에서 정평이 난 영업 전문가들이다. 이환주 후보는 KB국민은행 강남교보사거리·스타타워 지점장을 거쳐 영업기획부장, 개인고객그룹 전무·부행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등을 역임했다. 이호성 후보도 1981년 한일은행 대구지점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한 뒤 하나은행 무역센터·삼성센터 지점장, 강남서초 영업본부장, 중앙 영업그룹장, 영남 영업그룹장, 영업그룹장(부행장)에 이르기까지 약 40년간 영업 쪽에서만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양동원 하나저축은행 대표 후보 역시 하나은행에서 광주전북영업본부장, 광주전남콜라보장(본부장), 호남영업그룹장(부행장) 등을 두루 거친 영업통이다.
차기 NH농협은행장 자리에 앉은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도 디지털 부문에 전문성을 갖춘 '영업통'이란 평을 받고 있다. 강 후보는 지난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2012년 농협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뒤 서울강북사업부 사업부장, 인사팀장, 전략기획단 단장 등을 역임했다.
나이나 직급 서열을 파괴한 '능력 위주 발탁'도 올해 연말 금융권 인사의 한 특징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박창훈 신한카드 사장 후보, 채수웅 신한저축은행 사장 후보, 민복기 신한DS 사장 후보 등이 본부장급에서 임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표 자리로 직행했다. 그 결과 현재 58.7세인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CEO의 평균 나이는 내년에 57.5세로 낮아진다. 파격 인사로 신한은행 임원들도 대거 젊어졌다. 이번 인사에서 10명의 임원이 새로 선임됐는데 1970년 이후 출생자도 6명이나 포함됐다. 심지어 이정빈·전종수 상무는 1972년생이다.
하나금융그룹에서도 본부장급인 김덕순 현 하나은행 북부영업본부 지역대표와 장일호 하나은행 손님·데이터본부장이 각 하나펀드서비스와 핀크 대표 후보로 내정됐다.
우리은행 역시 이번 인사를 통해 임원 평균 나이(은행장·유임자 포함, 상임감사 제외)가 올해 56.8세에서 내년 55.7세로 낮아질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 임원 평균연령도 56.2세에서 55세로 떨어진다.
다만 올해 연말 인사로 모든 CEO가 젊어진 것은 아니다. 이환주(1964년생) KB국민은행장 후보는 현 이재근(1966년생) 행장보다, 박찬용(1965년생) KB데이타시스템 대표는 현 김명원(1967년생) 대표보다 두 살씩 더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 초까지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율 등 금융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들이 비상체제에 돌입한데 이어 '변화'에 방점을 둔 인사를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서려는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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