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추론 AI 모델 'o3' 내년 초 출시 예정
빅테크가 선점한 AI 시장…"국내 종속 우려"
빅테크가 선점한 AI 시장…"국내 종속 우려"
이런 글로벌 빅테크들의 행보와는 달리 국내 AI 업계는 위축된 투자 환경과 기술 개발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에 빅테크들과 국내 기업의 격차가 지속될 경우 한국이 글로벌 AI 기술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론하는 AI 'o3' 등장…AGI가 현실로?=오픈AI는 지난 20일 일부 개발자를 대상으로 미리보기 형태로 o3를 공개하고, 다음 달 말부터 경량형 모델 'o3 미니'와 'o3'를 차례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9월 오픈AI가 출시한 추론 강화 모델인 'o1(오원)'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오픈AI는 모델명을 'o2(오투)'를 건너뛰고 o3로 명명한 것에 대해 "영국 통신 브랜드인 'O2'에 대한 존중의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o3'의 가장 큰 특징은 AI의 추론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초점이 맞췄다는 점이다. 오픈AI는 이번 모델이 단순히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을 제공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질문에 응답하기 전 AI가 스스로 생각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복잡한 물리, 수학, 과학 문제 등에서 더욱 정교하고 신뢰할 수 있는 답변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오픈AI는 'o3'에 '추론 시간 조정' 기능을 새롭게 도입했다. 사용자가 이 기능을 높게 설정하면, 응답 시간이 길어지지만 답변의 정밀도는 크게 향상된다.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은 'o3'를 공개하며 "'o3'는 많은 추론이 필요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며 "우리는 이 모델을 다음 단계 AI의 시작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o3'는 AGI(범용인공지능) 성능 측정을 위한 벤치마크 'ARC-AGI'에서 75.7점을 기록하며, 전작인 'o1'(32점) 대비 성능이 대폭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추론 시간 조정' 기능을 활용해 연산 시간을 높음으로 설정할 경우 점수는 87.5점까지 상승했다. 이는 인간 평균 점수(85점)를 넘어서는 결과로, 'o3'가 인간의 지적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 오픈AI 측의 주장이다.
이처럼 빅테크들의 AI 기술 패권 경쟁은 이제 AGI 개발로 진화하고 있다. 오픈AI는 구글이 새로운 논증 특화 모델인 '제미나이 2.0'의 플래시 사고(Thinking Mode)를 공개한 지 하루 만에 'o3'를 발표했다. 구글은 "제미나이 2.0 이 전 모델 대비 두 배 빠르다"며 "생각하고, 기억하고, 계획하고, 심지어 대신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도 내년 중으로 '라마 4'를 발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발전하는 빅테크…밀려나는 국내 AI=하지만 이런 빅테크들의 발전과는 별개로 한국은 계속 AI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한국 AI 업계는 투자 감소와 기술 개발 부진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현재 AI 분야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의 투자 규모가 달라, 국내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는 게임판이 될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단위의 투자가 유치되지 않으면 경쟁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LLM과 같은 원천 기술 개발 대신 기존 빅테크의 기술에 응용 기술을 더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벤처투자 분석 플랫폼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AI 스타트업이 유치한 총투자 금액은 약 7182억원으로 집계됐으며 같은 기간 투자 건수는 149건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기록된 7908억원, 231건 대비 각각 약 9%, 36% 감소한 수치다. 특히 2022년에는 292건, 1조4030억원의 투자가 이루어졌으나, 올해는 2년 만에 투자 금액과 건수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AI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국내 AI 생태계는 글로벌 경쟁에서 점차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글로벌 기술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국내 AI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전략적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거대 AI를 기반으로 한 기본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과 시장 지배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빅테크들과 협력하거나 자체적인 기술 개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1980년대 중반 우리나라가 전자식 교환기를 도입하면서 전화 요금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효과를 거둔 사례가 있다"며 "만일 독립적인 기본 모델 없이 글로벌 빅테크에 종속될 경우, 이러한 혁신을 이루기 어렵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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