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임이 상승세를 보이며 수출 기업들의 부담이 심화하고 있다. 나아가 내년에는 트럼프 리스크와 유가 상승, 미국 항만 파업 가능성 등의 악재가 예상되며 기업들의 우려는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11월 993포인트(p)에서 이달 2384p까지 높아졌다. 특히 지난 5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인상을 발표한 이후 SCFI는 5월10일 2306p에서 7월 5일 3733p로 2개월 만에 62% 급등한 바 있다.
통상 해상운임이 상승하면 물류비용 증가를 넘어 수출 기업들의 이윤과 신뢰, 경쟁력, 경영 안정성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소기업과 원가 민감도가 높은 산업에선 이 같은 부담이 더욱 심각하게 작용한다.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원두를 수입해오는데 원두가격뿐 아니라 해상운임이 올라 제품 원가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제품가격 인상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선 내년에도 주요 항로의 수요 증가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며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국무역협회의 '2025년 글로벌 해상운임 전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주·선사·포워더로 구성된 응답자(413명)의 74.4%가 내년도 해상운임이 상승(39.8%)하거나 현 수준을 유지(34.6%)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운임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응답은 23.6%에 불과했다.
운임 상승 전망의 주요 요인으로 중동사태 장기화(21.9%)와 글로벌 선사의 선복 공급조절(21.8%), 중국발 밀어내기 물량 증가(14.2%) 등이 꼽혔다. 또 글로벌 교역량 증가(13.2%)와 미국 동부 항만파업 가능성(10.8%), 탄소배출 규제 강화(9.4%) 등이 추가 요인으로 지목됐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정치 재등장은 미중 무역 갈등을 다시 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미국의 대중 관세 정책 강화와 중국의 보복 조치 가능성은 수출입 기업들에게 새로운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원유 가격 상승도 해상운임 인상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해운업계는 연료비 상승을 운임에 반영하고 있으며 IMO의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해 저유황유 사용이 확대되며 비용 부담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 외에도 내년 초 미국 동부항만 파업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업계는 물류 병목 현상을 견제하고 있다. 항만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에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항만 자동화 관련 협상은 어려운 상황으로 협상 기한인 내달 15일 이후 파업 재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물류전문 미디어 더로드스타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포워더들은 노조 측이 갠트리 크레인 도입 등 항만 자동화 계획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단체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을 근거로 내년 1월 노조 파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복합적인 악재가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이 선제적인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무역협회는 해상운임 상승으로 인한 수출기업의 물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중소기업 해상운송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물류 바우처 지원 한도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글로벌 선사의 인위적 공급조절에 대한 규제 추진과 함께 부산신항 수출 컨테이너 터미널의 반입 제한 조치를 해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