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번 주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반도체 특별법 심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최근 여야정 협의체 출범에 합의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주요 민생·경제 법안 처리에 대해 의견 일치를 이뤘고, 반도체 특별법도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앞서 반도체 특별법은 지난달 21일 첫 심사에 돌입했으나, 이후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여파로 계류돼왔다.
하지만 반도체 기업이 요구해 온 주 52시간 근무 배제는 통과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 등 재정 지원 근거를 담는 데에는 합의했지만, 특별법의 또 다른 축인 주 52시간 근무 배제에 대해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주 52시간 예외 규정이 필요성을 담은 자료를 민주당에 제출했으나,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한 것 같다"며 "업계에선 연구개발 효율성 증대를 위해 52시간 근무 예외가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데, 이 조항이 통과되지 않으면 사실상 반쪽짜리 지원법이 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도 아쉽다는 입장이다. 김정회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서 열린 '반도체산업 초격차 확보를 위한 협회 초청 간담회'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R&D 인력에 대한 52시간 근무 예외를 요구한 바 있다.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경쟁국과 메모리 반도체 기술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차이를 벌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R&D 인력에 대한 52시간 근무 배제가 꼭 있어야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팹리스산업협회도 52시간 근무 배제가 꼭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팹리스 반도체 기업은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설계와 기술개발만 하는 기업을 말한다. 일의 특성상 인력 대부분이 R&D 인력으로 구성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비해 인력이 적고, 고객사 요구가 있는 시기에 특히 바빠진다는 특성이 있다.
팹리스업계 관계자는 "업의 특성상 고객사 요구가 있는 시기에는 일이 몰리고, 그렇지 않은 시기에는 일이 아예 없는 경우가 잦다"며 "주 52시간 근무제를 한 달 208시간으로 변경하는 등의 변화가 허용된다면 연구개발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와 국회가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만 의존해 업계 내 '꼼수'를 종용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팹리스 기업 한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있어도 팹리스 업계에는 이미 초과 근무로 목표를 달성한 다음에 별도 휴식 시간을 부여받는 문화가 꼼수처럼 자리잡고 있다"며 "이런 예외 조항을 기업의 자율 판단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가 법으로 보장해줄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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