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업체가 또 유럽 진출을 선언했다. 이번엔 중국 내 5대 전기차 업체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니오'라는 업체다.
유럽연합(EU)이 관세 인상 카드로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중국 업체들은 유럽에서 선호하는 소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만큼, 캐스퍼 일렉트릭과 EV3 등을 앞세운 현대차·기아와의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업체인 니오는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 '파이어플라이'를 론칭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유럽에서 판매한다. 니오는 이 브랜드에 대해 소형차 대표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 스마트와 BMW 미니(MINI)의 라이벌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은 연간 400만대 규모의 소형차 시장으로, 도로가 좁고 골목이 많아 소형차의 인기가 높다. 니오는 이곳에 소형 전기차를 선보여 현지 업체들과 본격 경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차 가격은 14만8800위안(약 2900만원)으로 알려졌으나, 유럽에서는 관세의 영향으로 가격이 더 상승할 전망이다. EU 집행위원회는 니오에 대해 20.7%의 추가 관세율을 적용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니오는 스마트 EV 기술과 인프라를 통해 관세 장벽을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일환으로 니오는 유럽에서 배터리 교체소를 늘릴 예정이다. 건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더 간단한 설계를 통해 이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파이어플라이 차량의 배터리 교체소는 니오의 차량보다 3분의 1가량 저렴할 것이라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 교체소는 이름 그대로 전기차 배터리 소진 시 충전이 아닌 배터리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주행거리를 늘리는 내연기관차의 주유소 같은 곳이다. 니오는 이미 중국에서 3000곳에 육박하는 배터리 교체소를 설치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러한 획기적인 방식의 소형 전기차는 유럽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전망이다. 유럽은 세계 2위 전기차 시장이자 내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강화해 전기차의 성장이 예측되는 곳이다. 이에 북미로의 수출이 가로막힌 중국 업체들은 유럽 시장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로 현지 생산을 늘리거나 현지 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는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연간 20만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며, 두 번째 공장도 고려하고 있다.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독일에서는 현지 자동차 유통업체 '헤딘 일렉트릭 모빌리티' 인수도 추진 중이다. 립모터는 스텔란티스와 합작회사 립모터 인터내셔널을 설립해 저가형 전기차 판매에 나섰다. 립모터의 T03 등 저가형 전기차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회사로 탈바꿈해 유럽 전역에서 판매되게 된다.
중국의 적극적인 드라이브에 국내 완성차 업체도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도 소형 전기 스포츠실용차(SUV)인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 EV3를 각각 유럽 시장에 출시해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했다.
또 현지 생산 전기차를 유럽 산업 수요 회복에 맞춰 단계적으로 확대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아는 오토랜드 슬로바키아에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유럽 전기차 현지 생산 체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니오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중국 광저우에서 '니오 데이 2024'를 열어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 '파이어플라이'를 론칭했다. 니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