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 게시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현재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부분이 단순한 정치구호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앞서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게시 허용을 요청한 현수막 내용과 관련이 있다.
선관위는 최근 조국혁신당이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의 지역구(부산 수영)에 내건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정연욱도 내란 공범이다!'라는 문구의 현수막 게시는 허용했지만, 정 의원이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게시하려 한 것에 대해서는 '게재 불가' 방침을 밝혔다.
당시 선관위는 이 대표 비판 현수막은 조기 대선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공직선거법상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게시 불허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직선거법 제90조는 입후보예정자의 성명이나 기호 등이 포함되는 현수막을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간주해 선거일 전 120일부터 게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인용되고 조기 대선이 벌어질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선관위는 비판을 수용해 이날 다시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방침을 밝힌 것이다.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날 전체회의 전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담당자가 법조문만으로 해석한 것 같다"며 "전체적으로 볼 때 너무 이른, 섣부른 결정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기존 불허 입장을 보류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선관위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공직선거법의 선거운동기간위반죄를 운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하면서도, 만약 선거가 확정되고 나서는 기간에 따라 같은 내용의 현수막 게시가 불허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