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열리는 국무회의에도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 공포안을 상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이날까지 쌍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탄핵하겠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법정 시한까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고민하겠다는 의도다. 한 권한대행은 23일 "정책 간 일관성·정합성을 계속 지켜나가는 것이 대행 체제의 근본"이라고 밝혔다.
한 대행은 이날 서울 국무총리공관에서 경제 6단체 대표와 오찬 간담회를 열고 "헌법과 법률을 충실히 지켜 우리나라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강한 나라로 다시 각인되도록 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우리나라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모든 국정의 기본이 헌법과 법률에 기초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한 정책과 결정이 돼야 하겠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해 온 헌법과 법률 등을 거론하며,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실제 한 대행은 24일 열리는 국무회의에 두 법안을 상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민주당 등 야당의 압박에도 본인의 의지를 관철시킨 셈이다. 한 대행은 특검 추천에 야당 의견만 반영되는 등 위헌 요소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대행의 결정에는 야당 주도의 탄핵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총리가 24일까지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그 즉시 탄핵 절차를 밟겠다"며 으름장을 놓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에는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범야권 192석만으로는 탄핵 소추가 불가능한 셈이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야당 역시 국정 파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반발도 새어나온다. 이럴 경우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새롭게 권한대행을 맡게 되고 국정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위한 헌법재판관 9인 체제도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 대행이 두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계엄사태 이후 악화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향한 비판적 민심을 거스르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란 특검법은 본인이 수사 대상에 올라가 있어, 수사를 회피한다는 논란까지 제기될 수 있다.
총리실 일각에선 여야정협의체에서 두 법안의 위헌적 요소를 제거한 수정안을 제시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3일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경제 6단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