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23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열고 야당 추천 몫의 마은혁(61·사법연수원 29기)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 정계선(55·27기) 서울서부지법원장에 대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단독으로 열었다. 24일엔 국민의힘 추천 후보자인 조한창(59·18기)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하고,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판관 선출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청문회에서 재판관 후보자들에게 쟁점에 대한 입장을 질문하면서 법적 논리를 쌓았다. 마 후보자는 국회·정당 활동을 비롯해 정치활동을 일체 금지한 '비상계엄 포고령 1호'에 대해, 헌법기관 무력화 의도에 있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라고 했다. 또 대통령의 통치행위도 국민 기본권에 영향을 끼쳤다면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고 봤다. 정 후보자도 "국회를 물리력으로 봉쇄하고 의원들의 의정활동 방해했다면 위헌적 행위"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대통령 '사고' 중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불가를 주장하는 것에는 정 후보자가 "궐위의 경우 60일 이내 대선을 진행하지만 사고는 오히려 기간이 길어질 수 있어 맞지 않는다"고 했고, 마 후보자는 "국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출한다면 대통령이나 권한대행은 임명하는 게 적절하다"고 견해를 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에 특별검사 후보 추천권을 부여하지 않은 일명 '국정농단 특검법'을 합헌으로 판단한 2019년 헌재 결정례에도 '동의'했다.
국민의힘은 청문회장 밖에서 공세를 폈다. 여당 청문위원들은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마 후보자에 대해 사회주의 혁명조직인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 출신인 점, 정 후보자에 대해선 진보 판사모임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점을 들어 "이념적 편향성이 심각하다"며 민주당에 '추천 철회'를 요구했다. 마 후보자는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며 25년간 재직한 점을, 정 후보자는 약자·소수자 등에 관한 '국제 인권규범과 판례를 연구'해왔다고 각각 피력했다.
권 대행은 이날 당 초선의원 공부모임 토론회로도 여론전을 벌였다. 지성우 한국헌법학회 회장은 발제에서 권한대행은 '현상변경' 주체가 아니라며, 대통령 '궐위'가 아닌 한 헌법재판관 임명이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와 달리 권 대행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을 맡았던 2017년 2월1일 브리핑에서 "대법원장 지명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건 형식적인 임명권"이라고 한 바 있다. 탄핵심판 중 퇴임한 박한철 전 헌재소장에 이어 이정미 재판관 임기(당해 3월13일)까지 만료되면 '7인 체제'가 헌재 마비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후임 인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 시점 국회 선출 재판관 임명 거부로 '이중잣대' 논란이 예상된다.
한기호·안소현 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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