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3일 야당 단독으로 마은혁·정계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곧바로 채택하고 26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수적으로 불리한 국민의힘은 국회 본회의에서 이를 막을 방법이 없자 야당 단독으로 임명동의안을 표결할 경우 즉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맞불작전을 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인사청문회에도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는 주장도 함께 펴고 있다. 당내 초선 의원들은 이날 헌재 탄핵 심판 절차의 쟁점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대통령 직무 정지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새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권한을 행사했을 때 문제점을 제기했다.
여야가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까닭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할 헌법재판관의 수가 큰 변수로 작용하는 탓이다.
헌법재판소는 현재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려면 재판관 6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 6인 중 1인이라도 반대하면 탄핵 인용이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3명 임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반면 국민의힘은 현 6인 체제로 탄핵심판 심리를 해야 윤 대통령의 파면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해 헌법재판관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권한쟁의심판 전략까지 꺼낸 것도 이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1조를 보면 국회와 정부 등 국가기관 상호간 권한의 유무 또는 범위에 관해 다툼이 있을 때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해 부여받은 권한을 침해했을 경우에만 청구할 수 있다. 권 대행은 야당이 단독으로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면 여당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권 대행은 전날인 2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헌법재판관 후보 3명에 대해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즉시 권한쟁의심판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대행은 "그동안 24건의 탄핵안을 남발하면서 국회 몫의 3인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연시킨 것은 민주당이었다"고 날을 세웠다.
다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권한쟁의심판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해도 기각될 확률이 높다고 봤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여야가 공석의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은 다수당인 야당 몫, 1명은 여당 몫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합의대로 한다면 여당이 뭐라고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합의된 상태를 깬다면 '권한침해'다. 권한이 침해돼야 권한쟁의심판을 한다"며 "현재로서 (민주당이) 합의를 깰 확률은 그렇게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은 "권한쟁의는 헌법기관끼리 다툼이 생겼을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할 때 할 수 있다"며 "국회와 권한대행 간 부딪힐 수 있는 관계에 있는 것은 맞지만 사안에 대해 어떤 '다툼'이 있는 게 아니다"고 했다. 박 처장은 "권한쟁의심판을 언급한 것은 정치적 언어"라며 "하지만 법적 대상이 아니어서 만약 실제로 행동해도 기각 판결이 날 것 같다"고 했다.안소현기자 ashright@dt.co.kr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야당 단독으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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