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가맹점 중 약 96%인 영세·중소가맹점 305만곳이 평균 8.7%, 총 3000억원 규모의 수수료 인하 혜택을 본다. 연 매출 30억원 초과 1000억원 이하인 일반가맹점의 수수료율을 3년간 올리지 못하면서 우대 수수료 수입 감소분을 상쇄하지도 못하게 됐다.
지난 2012년에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라 3년마다 적격비용(원가)을 재산정해 수수료율을 개편했다. 적격비용은 일종의 카드 결제에 필요한 원가 개념으로,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과 위험관리비용·부가가치통신사업자(VAN) 수수료 등을 근거로 한다. 첫 시행 이후 재산정 시기마다 네 차례에 걸쳐 우대 수수료율은 내리기만 했다.
그러나 소비자 혜택 축소와 카드사 신용판매 부문 손실 누적 등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는 현행 3년에서 원칙적으로 6년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단, 전문가로 구성된 별도 위원회를 통해 3년마다 대내외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해 적격비용 재산정 필요성을 검토한 후 필요시 재선정할 계획이다.
카드업계에서는 이번 정부안에 대해 사실상 카드산업 몰락을 강요하는 '수수료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다. 지난 2022년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원가)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카드사의 경영 환경을 반영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론달래기용이라고 지적한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등은 "내수부진 장기화를 해결할 실질적 대책 마련은 포기한 채 탄핵 이슈가 경제를 뒤덮은 현 시점에서 민생을 살릴 근본 대책은 외면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노조 측은 "세제 지원이나 플랫폼 수수료 규제, 공정한 시장질서 제시 등 실질적인 대안으로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지 않고, 오로지 카드 수수료 인하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연매출 100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의 수수료를 3년간 동결하면서 이를 '자발적 상생'이라 포장했지만, 혜택을 보는 건 대형마트와 백화점, 대형 프랜차이즈와 같은 대규모 유통업체로 카드산업과 카드 노동자를 희생양 삼지 말라"고 목소리 높였다.
특히 수수료 인하 명분이나 실질적 효과가 없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신용카드 등 매출세액 공제 제도를 통해 연매출 10억원 이하의 영세·중소가맹점의 경우 대부분 신용카드 수납에 따른 카드 수수료 부담보다 공제받는 금액이 더 크다. 예를 들어 연매출 3억~5억원을 모두 신용카드로 받는다면 연간 수수료 부담은 최대 500만원인 반면, 세액공제는 최대 650만원으로 최대 150만원을 돌려받는다.
금융위는 매출액 100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에 대한 카드 수수료율 동결은 가맹점들의 경영 애로가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카드업계가 감내 가능한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동네 대형마트 등이 주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카드사들이 수익 창출 기반인 가맹점과의 상생 없이는 경영·존립도 어려워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카드사가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얻기 어려워짐에 따라 카드론 등 대출을 확대하고 소비자 혜택을 줄이면서, 연회비 상승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학원·마트·통신 등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부가서비스나 무이자할부 기간 및 대상 가맹점 축소 등 수순이 예상된다.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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