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그린란드에 '군침'…"식민지 개척식 '아메리카 퍼스트'"(종합)
자원 보고에 전략 요충지…"부동산개발업자의 영토확장 계획"
그린란드 "안 판다" 반발…덴마크인들 '웃고넘길 일 아냐' 정색
집권2기 트럼피즘 주목…전문가 "전통적 고립주의 아닌 팽창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 연합뉴스]
북극해에 위치한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가 영토 매입에 관심을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에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더 이상 농담으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국가안보와 상업이익 차원에서 그린란드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가 그린란드의 전략적 위치와 첨단 기술에 필요한 천연자원 등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켄 호워리 전 스웨덴 대사를 덴마크 대사로 발탁했다고 발표하면서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사들이겠다는 의지를 다시 밝혔다.
그는 "국가 안보와 전 세계 자유를 위해 미국은 그린란드의 소유권과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의 첫 번째 임기였던 2019년 이후 꾸준히 그린란드를 매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쳐왔다. 특히, 그린란드 매입 대가로 카리브해 북동부의 미국 속령 푸에르토리코를 내주겠다는 구체적인 협상 계획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공식 논의가 성사되기도 전에 덴마크와 그린란드가 모두 거부했고,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당시 트럼프의 제안을 일거에 일축했다.
이에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불쾌감을 표명하며 덴마크 방문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여전히 덴마크 정부 수반이다.
18세기 중반부터 1979년까지 덴마크의 지배를 받아온 그린란드는 인구 약 5만7000명에 면적은 한반도의 9배 이상인 216만6000㎢의 섬이다.
지난 2009년부터 독립을 선언할 권리가 부여됐지만, 여전히 국방 및 외교 정책 등은 덴마크에 맡기고 덴마크령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덴마크가 EU 회원국임에도 그린란드는 EU 영토로 간주되진 않는다.
그린란드 인구의 대부분은 그린란드 원주민이며, 덴마크 의회에 그린란드를 대표하는 의원 두 명이 있다.
그린란드에는 석유뿐만 아니라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 등 반도체, 전기차 등의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광물을 포함한 천연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이처럼 풍부한 자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의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으로서의 본능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편입할 경우 중국 희토류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날 결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군사적 요인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덴마크 대사를 임명하며 밝힌 것처럼 그린란드는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전략적 요충지다.
미군은 그린란드에 최북단 기지인 피투피크 기지(옛 툴레 기지)를 두고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이곳을 북극 패권 장악을 위한 교두보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있었다.
공군 우주사령부 산하의 이 공군기지는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시스템 운용에 중요하다. 유럽에서 북미로 가는 최단 사정거리가 그린란드를 통과한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북미 대륙에 위치한 그린란드 매입에 관심을 보인 것은 트럼프 당선인이 처음은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도 그린란드를 구입하고 싶다고 제안하며, 1억달러를 매입 가격으로 제시했다.
구소련과의 냉전 초기였던 당시에도 그린란드의 전략적 중요성은 현재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거부로 트루먼 전 대통령의 제안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트루먼 전 대통령보다 훨씬 집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의 그린란드 매입 의사는 그가 기치로 내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가 전통적 고립주의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태도는 세계 최대 군사력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의 영토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식민지 개척식 팽창주의'의 성격도 갖는다는 게 NYT의 평가다.
이는 20세기 초반 스페인으로부터 필리핀 지배권을 넘겨받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도 닮았다는 분석이 제기되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다른 나라의 영토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에도 트럼프 당선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비난 대신, 그의 행동을 '천재적'이라고 평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린란드는 트럼프 당선인의 태도에 즉각 반발했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23일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그린란드는 우리의 것이다. 우리는 매물이 아니며 앞으로도 매물로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오랜 자유를 위한 투쟁에서 패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덴마크도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마르크 야콥센 덴마크 왕립국방대학 교수는 "사람들은 더 이상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웃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야콥센 교수는 "오랜 기간 독립을 추구해온 그린란드 사람들이 그의 주장을 미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는 기회로는 삼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덴마크나 그린란드의 매도 의사는 전혀 없지만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019년 그린란드의 가격을 1조7000억달러(2482조원)로 추산한 바 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그린란드[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자원 보고에 전략 요충지…"부동산개발업자의 영토확장 계획"
그린란드 "안 판다" 반발…덴마크인들 '웃고넘길 일 아냐' 정색
집권2기 트럼피즘 주목…전문가 "전통적 고립주의 아닌 팽창주의"
북극해에 위치한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가 영토 매입에 관심을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에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더 이상 농담으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국가안보와 상업이익 차원에서 그린란드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가 그린란드의 전략적 위치와 첨단 기술에 필요한 천연자원 등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켄 호워리 전 스웨덴 대사를 덴마크 대사로 발탁했다고 발표하면서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사들이겠다는 의지를 다시 밝혔다.
그는 "국가 안보와 전 세계 자유를 위해 미국은 그린란드의 소유권과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의 첫 번째 임기였던 2019년 이후 꾸준히 그린란드를 매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쳐왔다. 특히, 그린란드 매입 대가로 카리브해 북동부의 미국 속령 푸에르토리코를 내주겠다는 구체적인 협상 계획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공식 논의가 성사되기도 전에 덴마크와 그린란드가 모두 거부했고,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당시 트럼프의 제안을 일거에 일축했다.
이에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불쾌감을 표명하며 덴마크 방문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여전히 덴마크 정부 수반이다.
18세기 중반부터 1979년까지 덴마크의 지배를 받아온 그린란드는 인구 약 5만7000명에 면적은 한반도의 9배 이상인 216만6000㎢의 섬이다.
지난 2009년부터 독립을 선언할 권리가 부여됐지만, 여전히 국방 및 외교 정책 등은 덴마크에 맡기고 덴마크령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덴마크가 EU 회원국임에도 그린란드는 EU 영토로 간주되진 않는다.
그린란드 인구의 대부분은 그린란드 원주민이며, 덴마크 의회에 그린란드를 대표하는 의원 두 명이 있다.
그린란드에는 석유뿐만 아니라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 등 반도체, 전기차 등의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광물을 포함한 천연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이처럼 풍부한 자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의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으로서의 본능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편입할 경우 중국 희토류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날 결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군사적 요인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덴마크 대사를 임명하며 밝힌 것처럼 그린란드는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전략적 요충지다.
미군은 그린란드에 최북단 기지인 피투피크 기지(옛 툴레 기지)를 두고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이곳을 북극 패권 장악을 위한 교두보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있었다.
공군 우주사령부 산하의 이 공군기지는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시스템 운용에 중요하다. 유럽에서 북미로 가는 최단 사정거리가 그린란드를 통과한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북미 대륙에 위치한 그린란드 매입에 관심을 보인 것은 트럼프 당선인이 처음은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도 그린란드를 구입하고 싶다고 제안하며, 1억달러를 매입 가격으로 제시했다.
구소련과의 냉전 초기였던 당시에도 그린란드의 전략적 중요성은 현재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거부로 트루먼 전 대통령의 제안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트루먼 전 대통령보다 훨씬 집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의 그린란드 매입 의사는 그가 기치로 내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가 전통적 고립주의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태도는 세계 최대 군사력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의 영토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식민지 개척식 팽창주의'의 성격도 갖는다는 게 NYT의 평가다.
이는 20세기 초반 스페인으로부터 필리핀 지배권을 넘겨받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도 닮았다는 분석이 제기되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다른 나라의 영토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에도 트럼프 당선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비난 대신, 그의 행동을 '천재적'이라고 평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린란드는 트럼프 당선인의 태도에 즉각 반발했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23일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그린란드는 우리의 것이다. 우리는 매물이 아니며 앞으로도 매물로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오랜 자유를 위한 투쟁에서 패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덴마크도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마르크 야콥센 덴마크 왕립국방대학 교수는 "사람들은 더 이상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웃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야콥센 교수는 "오랜 기간 독립을 추구해온 그린란드 사람들이 그의 주장을 미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는 기회로는 삼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덴마크나 그린란드의 매도 의사는 전혀 없지만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019년 그린란드의 가격을 1조7000억달러(2482조원)로 추산한 바 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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