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부터 국민의힘의 대응을 놓고 "가장 좋았던 시나리오는 모든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 민주당과 함께 계엄해제 의결을 하고, 대통령 탄핵 절차에도 찬성해주고 일사불란하게 당대표 중심으로 했어야 한다. 그랬으면 판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전 당대표에 대해선 대권 의지를 드러낼 경우 지지율을 회복할 것으로 평가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시사저널 유튜브 챈러 '시사끝짱' 코너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유튜브 채널 '시사저널 TV'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진보논객이지만 거대양당 주류 정치를 비판해 온 진중권 교수는 전날(24일) '시사저널' 유튜브에 출연,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과의 대담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윤석열 대통령)탄핵심판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 이재명 민주당 대표 (선거법)3심까지 결정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거다. 그래서 (탄핵심판)시간끌기가 과연 뭘 위한 건지 잘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불법·위헌 논란의 계엄사태로 윤 대통령 거취부터 정리한 뒤 이재명 대표 형사재판 지연 공격으로 방향을 틀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단 지적이다. 진 교수는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해소하고 헌법재판소에 맡겼다면 "그 다음 떠오르는 문제로 '당신(여당)도 문제가 있지 않냐'고 했을 때 한동훈 대표 체제였으면, 한 전 대표는 계엄해제 의결을 했고 탄핵 통과에도 역할을 했다"고 짚었다.
이어 "그 윤석열의 원죄로부터 자유로운 후보란 얘기다. 그렇다면 한번 해볼만 했는데, 지금은 상황을 이상하게 꼬아놨다"고 말했다. 친윤(親윤석열)계가 친한(親한동훈)계를 '배신자'로 규정하고 압박해 최고위원 집단사퇴를 밀어붙이고 한 전 대표도 사퇴한 상황을 가리킨 것이다. '원조 친윤' 권성동 원내대표가 권영세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한 데 대해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진 교수는 "권영세라는 분이 그렇게 계파색이 뚜렷한 사람은 아니다. 상당히 합리적이고 점잖은 분"이라면서도 "이분은 탄핵에 반대했던 사람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성동 원내대표는 원조 친윤으로 '윤핵관'이라 불리던 사람이다. 투톱이 탄핵을 반대한 친윤·친윤인 것이다"며 "이 사람들은 탄핵의 강을 못 건널뿐 아니라 건너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당에서 시간을 끌어가지고 (대선)후보를 낸들, 그리고 나올 후보는 홍(홍준표 대구시장)이 뻔하지 않나"라고 내다봤다. 홍준표 시장의 경우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섰던 2017년 '탄핵 대선'에서 득표율 24%에 그쳤는데 "탄핵의 강을 못 건넜기 때문에,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홍준표가 받은 표가 20%대잖나. 그보다 크게 (득표율이)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진 교수는 권영세·권성동 투톱 체제에도 "오래 갈 수 있을까"라고 회의론을 취했다. 그는 "지금 '안정'과 '쇄신'을 같이해야 되는데, 쇄신하겠단 사람들에게 전권이 주어져야 하는데 쇄신하겠단 사람들을 계속 내쳤다"면서 "첫번째가 유승민(전 원내대표), 두번째가 이준석(전 당대표), 세번째 한동훈이다. 국민의힘에선 그 어떤 쇄신 요구도 시도도 성공할 수 없단 걸 세번 보여줬다"고 짚었다.
특히 "한 전 대표의 경우 (당원투표) 3분의2 지지를 받고 당대표가 된 사람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쫓겨났다. 대통령이 계엄을 때리는 와중에 쫓겨났다. 이것보다 더 큰 사건이 앞으로 있을까"라며 "이런 상황에 쇄신을 못하는 사람들이 앉아갖고 '우리가 알아서 할게' 이게 말이 되나. 결국 탄핵반대, 계엄옹호 정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국민 눈에 비치는 것"이라고 친윤계를 맹비판했다.
진 교수는 "옛날 윤핵관과 지금의 친윤세력의 결합"이라며 "제가 볼 때는 진짜 국회의원 너무 단합이 너무 잘 돼갖고 문제다. 단합해서 (당대표를) 쫓아낸 것보다 더 큰 단합이 어딨나. '똘똘', '똘똘' 85명이 뭉쳐갖고 자꾸 단합하는데 뭘 가지고 단합하느냐가 문제지"라면서 "대통령 지키기로 단합하는 게 의미가 있나"라고 꼬집었다. "부울경도 떨어져나가 대구경북(TK) 자민련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단합하려면 자기들이 합법적으로 뽑은 당대표 중심으로 단합하고 대통령과 선을 분명히 그었어야 한다"며 "올바른 방향으로 단합했으면 지금 유력한 대선주자가 있었을 거다. 그리고 이 주자는 명태균 스캔들로부터 자유롭고 탄핵으로부터 자유로웠다. 그런 주자를 자기들이 내쳐버렸다. (국민이) 누구를 뽑겠나"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 축출로 여당이 실기(失機)했단 지적으로 풀이된다.
지난 12월16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TV로 보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진 교수는 '한 전 대표 차기 대권 지지율이 많이 빠졌다'는 물음엔 "출마 가능성과 잠재성 면에서 상당부분 깎여나간 것"이라면서도 "내가 볼 땐 만약 (한 전 대표가) '출마하겠다'고 하면 다시 붙는다. 지난번 당대표 경선 때 당원의 3분의2가 지지한 게 있고, 그때 '(대통령이) 변화해야 된다'고 한 전 대표를 지지한 거다. 변화의 요구는 있다. 만약 출마를 선언한다면 급속하게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동훈은 가라앉은 상태고 홍준표는 뜬 상태에서 (지지율이) 비슷하다는 게 의미하는 바가 있다"며 "지금 변수는 한동훈이 이번 텀(기회)에 하느냐, 건너뛰고 다음으로 가느냐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3개월 동안 전개될 상황이 있다"며 "권성동·권영세 투톱이 제대로 할 사람들이 아니고, 이 사람들이 제대로 한다 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가만 안 놔두고 계속 사고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사람(윤 대통령)의 법정 전략이라는 게 뭐냐, 조국과 똑같다. 법정에 가서 사법적으로 싸워보겠단 게 아니라 바깥의 강성지지층을 결집해 선동하는 쪽으로 전략을 잡았고 계속 국민 염장지르는 소리를 할 거다"며 "이런 대통령을 옹호하고 당권을 잡은 투톱 체제에 국민이 지지를 보내겠나. 저 체제가 안 되겠단 판단이 내려지면 한동훈이 컴백할 가능성도 있고, 컴백하면 지지율은 금방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여권 대선후보의 요건으론 "야당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워야 되는데, 지금 이쪽 후보들은 죄다 명태균과 얽혀있다는 거다. 이준석도 걸려있고 오세훈(서울시장)도 뭔가 좀 걸려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홍준표도"라면서 "명태균 건이 어떻게 될지 몰라도 오세훈 정도가 있지만 아직 한동훈 카드는 유용성이 남아있다. 대통령 탄핵이 가결(인용)되면 대통령 옹호논리도 힘을 잃고 구심점이 사라질 것"이라고 봤다.
진 교수는 "임기가 많이 남은 대통령이 완전 꼴통인 데다가 그 옆에 영부인(김건희 여사)이라고 이상한 사람이 앉아있었다"며, 탄핵이 인용돼야 "차기 위주로 헤쳐모여가 그때 비로소 된다"고 했다. 다만 '한동훈 등판' 자체에 대해선 "저는 모르겠다"며 "한텀 쉬라고 할 것같다"고 확언을 꺼렸다. 윤 대통령 탄핵에 다수표로 반대했고 친한계를 '소수파'로 각인시킨 국민의힘 후보로 대권을 노리는 것 자체가 힘든 환경이라고 짚었다.
한편 그는 "제가 볼 때는 윤 대통령 100% 감옥 간다. 그다음에 굉장히 강한, 중한 형을 받을 거다. 두번째로 이제 설사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다고 봐도, 임기 끝난 다음에 감옥 갈 거다. 그것도 상당히 중한 형이다. 그럼 대한민국 대통령제 역사를 한번 보시라. (전직 대통령들에 이어) 다 감옥 간다는 얘기"라며 "이게 무슨 국제망신인가. 대한민국 정치가 이래도 되는지 이건 지금 심각한 문제다"고 개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