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65조, '권한대행' 탄핵소추 요건 규정 없어
법조계 "법적 신분 고려 필요성"
민주당, 방통위 부위원장 탄핵 추진 당시 문제 '자가당착'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예고한 가운데 탄핵안 의결정족수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 대행의 법적 지위가 국무총리인지, 대통령인지에 따라 의결정족수가 달라져서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 등의 탄핵 소추 요건을 정하고 있지만 '권한대행'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나와 있지 않아 정치권이 대립하고 있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 탄핵의 경우에는 재적의원 과반(151명)의 찬성만 있으면 된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한 대행의 신분이 국무총리여서 국무위원 탄핵 요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 대행이 현재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이기 때문에 대통령 탄핵 요건이 성립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3일 관련된 김한규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이에 대한 학계 입장이 나뉜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이 총리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중에 탄핵 사유가 발생할 경우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 발의 및 의결 요건이 적용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이론이 없다"고 모호한 입장을 냈다.
법조계는 대체로 한 대행의 법적 신분을 '국무총리'로 보며 의결정족수 151명이 맞다는 입장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5일 본지와 통화에서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선출됐기에 민주적 정당성을 따져 특별 정족수가 필요하다"며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한다고 해서 민주적 정당성을 특별히 새로 갖춘 건 아니어서 개인적으로는 과반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헌법학자로서 '탄핵'이라는 것은 신분에 대한 것"이라며 "한 대행은 업무를 대행하고 있을 뿐이고 지금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했다. 박 전 처장은 "탄핵은 신분에 관한 사항이지, 직무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다"며 "직무는 사유에 불과하다. 신분은 총리이고 업무가 권한대행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논리적 일관성 결여가 지적되기도 한다. 민주당이 지난 7월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이상인 당시 방통위 부위원장의 탄핵을 추진했을 때 직무대행이라는 이유로 방통위원장과 같이 취급했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이에 대해 "헌법상 탄핵 대상으로 규정되지 않은 방통위 부위원장을 직무대행으로서 방통위원장에 준해 탄핵 소추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해서 자가당착"이라고 했다.한편 우원식 국회의장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의결정족수에 대한 1차적 판단은 국회의장이 한다"며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25일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 대법관 임명이 헌법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최종적으로 탄핵소추에 대한 결정이 어느 쪽으로 내려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안소현기자 ashright@dt.co.kr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3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경제단체 오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며 메모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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