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2·3 비상계엄 사태로 미뤄뒀던 민생 법안 110여건을 26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 21대 국회에서 1년 넘게 방치되다 폐기됐던 '인공지능(AI)기본법'이 대표적이다. 업계 숙원인 '반도체 특별법'은 주 52시간 적용 제외 조항을 두고 여야 견해차가 여전해 이번 본회의에서 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5일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AI기본법, 예금자보호법, 대부업법 개정안 등 이견 없는 법안들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이라면서 "반도체 특별법의 경우 쟁점이 아직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진 의장은 전날인 24일 국회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만나 26일 열릴 본회의에서 처리할 비쟁점 민생 법안들을 점검했다. 그 결과 1년 넘게 표류하던 AI기본법을 처리하기로 했다.
AI기본법은 급변하는 AI 시대를 맞아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회적 신뢰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사람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AI시스템을 고영향 AI로 규정했다.
AI기본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발의가 이뤄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으나 정쟁에 밀려 끝내 폐기 수순을 밟았다.
22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발의가 잇따랐지만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에서 알 수 있듯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그사이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쟁국들은 각국의 상황에 맞춰 AI 관련 법을 제정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용자와 산업, 기술발전 등을 고려한 개선·보완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업계에서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면서 여야가 합심해 연내 통과에 뜻을 모았다.
AI기본법 외에는 예금자 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는 예금자보호법, 불법 사채를 근절하는 대부업법 개정안 등을 처리한다. AI기본법과 함께 산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꼽혔던 반도체 특별법은 합의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에는 보조금 지원 근거,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적용 제외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R&D 업무가 반도체 업종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며 주 52시간 적용 제외 조항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현행 근로기준법에 마련돼 있는 특례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특별법의 일몰 기한 단축, 근로기준법상 52시간 예외를 인정하는 특례 규정을 개선하는 방안 등을 중심으로 야당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 입법 정책을 논의할 여야 정책위의장 간 추가 회동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진 정책위의장은 "입법 관련 정책위의장 간 (추가) 회동은 아직 계획된 바 없다"고 전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