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2차 소환 요구에 불응했다. 윤 대통령 측은 26일 이후 입장을 밝힌다고 예고한 바 있다.
공수처는 대통령 탄핵심판 등 변수를 고려해 대응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25일 오후 6시까지 윤 대통령 측으로부터 연락은 없고, 변호인 선임계도 제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수처 측은 "향후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변호인단 구성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공수처에 변호인 선임계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형법상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18일까지 1차 출석요구를 했고, 윤 대통령이 불응하자 25일까지로 2차 소환을 통보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출석요구서를 수령하지 않았고, 측근인 석동현 변호사는 24일 "출석하기 어렵다"며 불출석 계획을 전했다. 윤 대통령 측은 '수사보다 탄핵심판 대응이 우선'이란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통상 일반 형사사범의 경우 3차례 소환 요구에 불응하면 강제수사를 검토한다"면서도 "대통령의 경우 (탄핵심판 등)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다"고 했다. 체포영장 청구 가능성엔 "너무 먼 단계"라고 봤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이 열리는 27일 이전인 26일 석 변호사를 통해 수사·재판 대응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 측은 당장 윤 대통령 수사 방침을 결정하진 않지만, 입장 발표 등을 참고해 방침을 결정할 생각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공수처 불출석을 두고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공언도 국민을 기만한 공허한 말 잔치였다"고 비판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내란수괴 윤석열이 또다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 요구를 거부했다"며 "스스로를 법치주의자라 했던 윤석열의 모습은 어디로 갔나"라고 따졌다. 아울러 "수사를 거부하며 시간을 끌면 내란죄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며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지금이라도 수사에 응하라. 그리고 그에 합당한 법적 책임을 져라"고 촉구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내란 혐의 등 수사를 위해 2차로 통보한 소환일인 25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모습.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이날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지만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