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법률안 국회 본회의 통과
통신비 부담경감 실효성 과제
이통 3사 경쟁 유도는 불투명
통신비 부담경감 실효성 과제
이통 3사 경쟁 유도는 불투명
'단통법 폐지안'(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법률안)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단통법은 2014년 제정 이후 10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다만 산업현장에서는 단통법 폐지를 통신비 절감 효과로 연결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단통법 폐지안을 재석 261인 중 찬성 242인, 반대 6인 기권 13인으로 의결했다.
단통법 폐지안은 이동통신 단말기 공시 지원금 제도와 추가지원금 상한을 없애고 선택약정할인제도를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해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이동통신사의 적극적인 지원금 경쟁으로 소비자 편의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대신 이용자의 거주 지역과 나이 또는 신체적 조건을 이유로 지원금을 차별해 지급하는 것은 금지했다.
또한 공정한 유통 환경 조성 관련 근거 규정을 마련해 제조업자의 불공정행위를 규율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시장 관리 책임을 부여하도록 했다. '중고 단말 안심거래 사업자 인증제' 도입 등 중고 단말 활성화 조성 근거도 신설된다. 이동통신사업자의 공정한 유통 환경 조성 위반에 대한 긴급중지명령 근거도 명시했다. 아울러 이동통신사업자·이동통신단말장치 제조업자의 판매량, 지원금, 제조사별 장려금 등에 대한 자료 제출 근거도 마련된다.
단통법은 당초 통신 3사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발생하는 소비자 간 차별을 없앤다는 목적으로 2014년 10월 도입됐다. 대리점마다 단말기 구매 가격에 차이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불만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에서의 불공정한 보조금 지급과 가격 차별을 해소하고, 소비자에게 투명하고 공정한 가격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통신 3사의 보조금 차별화 경쟁이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소비자 후생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격 정보 공개를 통해 통신비가 절감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통신비 부담이 가중되는 원인으로 꼽혔다. 소비자 혜택이 감소하고, 4G와 5G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통신사 간 경쟁이 줄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제조사·통신사·유통점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고, 저렴하게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단통법을 폐지하기로 정책방향을 설정했다. 통신 3사의 공시 지원금과 보조금 제한을 풀어 소비자의 스마트폰 구매 부담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이용자 보호조항인 선택약정할인은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한다. 선택약정할인 가입자가 2022년 기준 2500만명에 달한 만큼 근거를 유지하고, 지원금 경쟁이 저해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단말기 유통법 폐지로 이동통신시장 경쟁이 활성화되고 국민들의 가계통신비가 경감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며 "향후 시장 혼란과 이용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후속조치를 충실하게 추진하고, 단말기 유통시장이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관련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단통법 폐지에 대한 실효성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단통법 도입 당시에는 통신 3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치열한 보조금 경쟁을 벌였지만 현 시점에서는 5G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통신 3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과거만큼 뜨겁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가 통신비 경감을 위해 저가형 단말 요금제, 알뜰폰 사업자를 대안으로 활성화했는데 단통법이 폐지되면 이런 정책이 힘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10년 전과 지금은 시장 상황이 다르다. 단통법 폐지는 특히 알뜰폰 사업자에게 위기가 될 수 있다"며 "제도적인 보완책이 없는 상황에서 단통법 폐지가 낳을 부작용이 없는지도 신경 써야 한다. 단순히 법안만 폐지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 만큼 정교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관련 영향이 예상되는 알뜰폰 업계에는 단통법 폐지안 통과 전부터 경쟁력 유지를 위한 공시제도 유지와 요금제 경쟁을 위한 정책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왔다. 통신요금의 25%를 할인하는 선택약정 역시 단통법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단통법이 폐지되면 공시지원금에 준하는 할인이라는 점에서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사업자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촉진해 국민의 휴대전화 단말 구입 부담을 완화하면서, 법 폐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겠다"며 "단말기 유통법 폐지와 함께 통신비 인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 강화, 중고폰 거래 활성화 등 국민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영욱·김미경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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