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가들이 원유 생산에만 머무르지 않고 석유화학 제품까지 동시에 생산하는 통합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동 전역에 2027년까지 무려 8개가 완공된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발 공급과잉 탓에 정부가 구조조정에 나선 만큼 위기가 짙어지고있다. 오히려 중동과 설계·조달·시공(EPC)이나 재생에너지 분야의 협력으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중동 주요국의 석유 산업 동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중동 지역 전체에서는 원유에서 중간 과정 없이 석유화학 제품을 일괄 생산하는 '정유·석유화학 통합공장(COTC)' 8개가 건설될 예정이다. 이 규모만 910억달러(약 133조원)에 달한다.
이미 일부 가동을 시작한 쿠웨이트의 알주르 석화 플랜트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완공될 예정이다. 당장 내년에는 사우디 얀부 COTC 프로젝트와 오만 Duqm, 아랍에미리티의 보루지4프로젝트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2026년 말에는 셰브론 필립스와 카타르 에너지가 투자한 라스라판 석화 플랜트가 카타르에 완공될 예정이다. 2027년 5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프랑스 토탈에너지스와 사우디 아람코의 공동 투자로 110억달러가 투입된 아미랄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다.
김경하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중동은 원가 절감과 부가가치 창출, 경제 다각화를 위해 국영 석유회사 주도로 정제와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중으로 향후 중동 지역 다운스트림 부분의 상당한 성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COTC의 파괴력은 원유 생산과 동시에 석유화학 제품의 제조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운송비와 관세를 절약해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일부 가동을 시작한 쿠웨이트 알주르 석화 플랜트의 에틸렌 생산단가는 톤당 200달러 이하로 중국산 대비 30% 이상 저렴하다. 내년 가동 예정인 사우디의 얀부 COTC의 생산단가는 톤당 100달러를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
중동 국가들이 원유 생산을 포함한 업스트림만이 아닌 다운스트림까지 확장하면서 한국이 다각적인 협력 강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에 이은 중동 국가들의 다운스트림 확장은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에 도전이 될 수 있겠지만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이나 기술 제휴 등의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유산업과 석유화학 부문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다. 여기에 전 세계가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인 만큼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기술 관련 협업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의 기술과 EPC 수주 계약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중동은 우리나라 경제와 에너지 안보에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단순 수입국으로서의 관계를 넘어 에너지 기술, 플랜트 건설, 인프라 개발 등 다각적인 협력 강화를 통한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요 수입상대국인 사우디, UAE 등 주요 산유국과의 투자 협력, 기술 공유 등을 통한 경제적 시너지 창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