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두뇌' 피닉스랩, AI 솔루션 개발 성공
하이코시스템 투자 네트워크 구축
AI본부 개편해 실행력 강화…글로벌 확장도 고려
SK네트웍스가 인공지능(AI) 접목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성과를 내며 AI 중심 중간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AI를 핵심으로 한 조직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미래 진화를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가 투자한 AI 기술개발 스타트업 '피닉스랩'(PhnyX Lab)은 최근 모듈형 검색증강(RAG) 기반의 의약학 특화 AI 제품을 개발해 업계 관계자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케이론'(Cheiron)이라 이름 지어진 이 시스템은 피닉스랩의 핵심역량이 담긴 모듈형 RAG를 적용한 의약학 지식탐색 솔루션이다. 일반적인 RAG 모델이 답변하는 과정을 모듈화해 시스템의 유연성과 확장성을 높인 것으로, 우수한 보안성을 갖춰 기업고객 맞춤형 서비스에 특화됐다.
케이론은 질문 의도를 파악하는 자연어 처리(컴퓨터가 인간 언어를 이해하는 기술)로 답변 정확도가 높다. 환각 현상(거짓정보생성)을 완화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오류를 줄이고, 시간과 자원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다양한 언어를 지원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피닉스랩은 케이론을 통해 특정 산업을 넘어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고 '인류 문명화' 비전에도 성큼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피닉스랩의 혁신은 청년 창업자와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갖춘 SK네트웍스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피닉스랩은 배민석 대표 등 스탠퍼드 대학 출신 창업자 3명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지난 4월 설립하고, SK네트웍스가 투자한 스타트업으로 회사의 AI 두뇌로 꼽힌다.
SK네트웍스는 또 미국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글로벌 기술·투자 업계의 전문가 네트워크인 '하이코시스템'을 구축해 AI를 비롯한 국내외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투자와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하이코시스템을 통한 SK네트웍스의 AI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협력이 피닉스랩 투자와 신규 서비스 론칭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는 평가다.
특히 하이코시스템 구축을 주도하고 기술 중심의 사업 개발 및 육성을 해온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은 피닉스랩의 경영자문(어드바이저)을 맡아 글로벌 네트워크에 기반한 비즈니스 확장 기회 모색을 지원하고 있다. 최 사장은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장남이다.
최성환 사장은 "피닉스랩이 신규 솔루션을 통해 단기적 이익을 창출하기보다는, AI를 통해 기술적 리더십을 갖추고 장기적인 산업 생태계 확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네트웍스는 다른 보유 사업에서도 AI와의 강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데이터 솔루션 기업 엔코아는 기업의 AI 전환을 지원하는 데이터 관리, 활용 방안과 생성형 AI가 적용된 자동화 기능을 추가한 데이터 솔루션을 시장에 공개했다. SK매직은 올 초 부서 개편을 통해 AI 성장실을 신설했으며, 내년 AI를 접목한 혁신 제품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워커힐은 '문화'와 '기술' 영역의 혁신을 통해 'AI 호텔'로 탈바꿈한다는 목표이며, 지난 9월 분사한 SK스피드메이트의 경우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데이터 기업인 DAT와의 제휴를 통해 자사 솔루션에 AI 프로그램 등을 적용할 예정이다.
SK네트웍스는 AI 사업의 글로벌 확장도 고려 중이다. 이와 관련 지난 10월 말 말레이시아 유력기업인 선웨이와 제휴를 맺어 AI 영역을 중심으로 협업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제3국에 함께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AI 중심 사업 지주회사 체제를 고도화하기 위해 내년 기존 신성장추진본부를 AI본부로 개편해 실행력 강화에도 나선다. AI본부는 본사와 자회사 전반의 AI 사업을 지원하고, AI 연계 신규 비즈니스 발굴 및 투자 등의 역할을 담당할 계획이다. 회사는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 가운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굳건히 하는 동시에 다양한 사업에서 한층 빠르게 AI 접목 서비스를 선보이며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호정 SK네트웍스 대표이사는 이와 관련해 "AI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단단히 만들어 놓은 것을 바탕으로, 피닉스랩 등을 통해 확보한 AI 역량을 본사 및 투자사를 비롯한 사업 전반에 내재화하며 빠르게 AI와 연계된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최성환(오른쪽)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과 에반 치아 선웨이 디지털·전략투자 CEO가 지난 10월 22일 서울 종로구 삼일빌딩에서 열린 SK네트웍스와 선웨이 그룹 간 업무협약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K네트웍스 제공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이 지난 17일 워커힐에서 진행된 피닉스랩 론칭 행사에서 행사 마무리 연단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SK네트웍스 제공
피닉스랩 구성원이 새로 출시한 의약 특화 AI 솔루션 '케이론'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 SK네트웍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