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탄핵정국에 따른 국정공백에 고환율, 보호무역, 소비침체 등 국내·외 겹악재가 쏟아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은 내년 노사관계가 올해보다 더 불안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전반적인 산업 재편이 불가피한 가운데, 노사 갈등이 산업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6일 15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노사관계 전망 조사' 결과, 이들 중 69.3%는 내년 노사 관계가 더 불안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총은 최근 5년간 노사관계 전망조사에서 전년에 비해 노사관계가 더 불안해질 것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23년(70.4%)이었으며, 이번 조사는 2번째로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2023년 조사가 이뤄졌던 2022년은 금속노조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조선소 도크점거에 민주노총의 총파업 예고가 이어지는 등 노사 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다소 더 불안'은 53.3%, '훨씬 더 불안'은 16%였다. 노사관계가 불안할 것이라는 응답은 작년 조사(62.3%)보다 더 높았다. 내년 노사관계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응답은 28%였다. 더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은 2.7%에 그쳤다.
응답 기업들은 노사관계 불안 전망 요인으로 정년 연장 등 다양한 노조의 요구(59.6%)를 가장 많이 꼽았다. 경제 여건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관련 투쟁 증가(18.3%), 노동계의 정치 투쟁 증가(10.6%) 등이 뒤를 이었다.
경총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내년 사업 방향을 입법투쟁과 현장투쟁으로 나누고 있으며, 경기침체에 따른 구조조정 대응 투쟁을 주요 현장투쟁 과제로 설정했다. 임금·복리후생을 제외한 임단협 주요 쟁점으로는 정년 연장(34.6%), 고용안정(19.5%), 조합 활동 확대(11.9%), 인력 충원(10.1%) 등이 많이 언급됐다. 올 들어 현대차노조, 포스코노조 등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정년연장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일부 산업현장에서는 통상환경 변화와 중국의 물량공세 등으로 인한 기업 구조조정 관련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내년 추진해야 할 주요 노동 정책으로 '근로 시간 운영의 유연화'(32.4%)를 가장 많이 꼽았다. 파견·기간제 규제 완화 등 고용 경직성 완화(21.1%), 사업장 점거 금지·대체근로 허용 등 노조법 개정(15.6%) 등이 뒤를 이었다.
장정우 경총 노사협력본부장은 "기업들은 최근 경제·정치 불확실성에 더해 노사관계 불안에 대한 우려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며 "최근 경제위기와 사회 혼란을 극복하려면 노사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푸는 지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11월 25일부터 이달 6일까지 경총 회원사를 대상으로 이메일과 팩스 등으로 진행됐고, 전체 466개 회원사 가운데 150개사가 참여했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