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구성하기로 했던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26일 출범하기로 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여야는 협의체 출범 좌초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국정안정 협의체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및 여야 양당 지도부가 참여해 출범을 공식화하는 자리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여야는 협의체 출범을 위한 실무협상에서부터 갈등을 빚다가 첫발도 떼지 못했다. 이에 더해 이날 한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 절차를 보류하겠다고 발표하고 이에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사실상 협의체 출범에는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 후 항의차 국회의장실을 방문한 후 기자들을 만나 "원래 계획대로라면 본회의를 마치고 여야정 협의체 출범을 위한 실무협의체 회의를 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며 "오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본회의 탄핵안 보고가 있게 되면 여야정 협의체가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할 것 같으니 의장이 진중한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이야기하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안을 보고하면 24~72시간 내 탄핵안이 상정·의결될 텐데 이건 여야정 협의를 하겠다는 의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서지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앞서 논평을 내고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단 열흘 만에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을 당론으로 정한 민주당의 저의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에 이어 장관들 줄 탄핵으로 언제 무정부 상태가 될지 모를 나라에 과연 누가 투자를 하겠냐"고 날을 세웠다.
반면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이날 본회의 전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 절차를 여야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내란 동조'로 보고 이를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권한대행이 아니라 '내란대행'임을 인정한 것"이라며 "한 총리가 내란 사태 핵심 주요 임무 종사자임이 분명해졌다. 권한대행을 수행할 자격도 헌법을 수호할 의지도 없다"고 강조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내란 회복 내지는 극복 과정으로 시급한 협의체 도입이 필요했다고 했던 것과 달리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내란 잔당의 준동이 계속되고 있어 내란 진압이 먼저고 극복은 차후 과정이라고 본다"며 "협의체는 아마도 출범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재판관 임명이나 특검 수용이 지체 없이 이뤄져야만 그 이후에 민생과 국민 삶 자체를 돌아볼 수 있는데 지금 80%에 가까운 국민적 요구가 내란을 조기 진압하는 것과 탄핵의 신속한 처리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여야는 이전부터 협의체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들은 구체적인 의제는 물론 협의체 명칭조차 협의하지 못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와 정부의 국정협의체를, 국민의힘은 여야정 협의체를, 민주당은 국정안정협의체를 각각 사용했다.전혜인·윤선영기자 hye@dt.co.kr
권성동(오른쪽)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인사한 뒤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