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을 살펴보면 윤 의원의 의원직 제명에 관한 청원 동의수는 오후 5시30분 기준 7만5343명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안에 5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소관 상임위원회로 회부된다.
청원인은 "계엄군이 헌법과 계엄법을 위반해 국회 권능 행사를 방해한 장면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는데도 이를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일컬은 윤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1997년 대법원 판례를 보면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행위, 통치행위로 보고있다"며 "고도의 정치행위에 대해서는 대통령 권한을 존중하면서 사법심사를 자제하는 선에서 위헌성을 심사하라는 게 대법원 판례"라고 언급했다.
청원인은 윤 의원의 발언이 1991년에 제정된 국회의원 윤리강령의 첫 번째 규정 '국민의 대표자로서 인격과 식견을 함양하고 예절을 지킴으로써 국회의원의 품위를 유지하며 국민의 의사를 충실히 대변한다'를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국민의 대표자이자 대변자인 국회의 권능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위배하고 12·3 비상계엄 사태로 공포와 긴장을 느낀 시민과 동료 의원들에 대한 예절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원인은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할지라도 중대한 의혹만으로 국회의원은 윤석열의 계엄 선포에 대한 옹호를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 권능에 관한 의원의 발언 중 윤 의원의 이번 발언은 최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회는 독재 권력에 의해 해산당하거나 폐쇄되는 사태를 되풀이해서 경험했지만 1987년 민주 헌법 제정 이후 이번 비상계엄 전까지 그러한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윤 의원의 국회의원직 제명 청원 동의 종료일은 다음 달 12일까지인 만큼 동의 수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제명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헌법 제64조를 보면 국회의원의 제명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직 제명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에는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의원직 제명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닷새 만에 7만명을 넘긴 바 있다. 당시 법사위는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 발의 청원과 관련한 국회 청문회를 진행했는데 이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다만 당시 정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 청문회도 열고 있으니 탄핵 반대 청문회도 공평하게 추진하고 마찬가지로 법사위원장 해임 청원안도 적법하게 법사위로 회부되면 이 또한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대통령 탄핵은 매우 중요한 안건이므로 국회법에 따라 적법하게 청문회를 개최했고 위원장은 질서유지권이 있고 국회법에 따라 퇴장시킬 수도 있다"며 "제가 불법을 한 점이 없다"고도 했다.
이번 윤 의원의 의원직 제명 청원과 별개로 일각에서는 여야 대립이 심화하며 국민동의 청원이 정쟁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칫 국민동의 청원 제도가 희화화되고 증오 정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그러나 이를 마냥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상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청원을 그대로 무조건 해결하겠다는 것보다 서로 간의 다툼 등을 국회로 수렴한다는 차원"이라며 "그렇게 때문에 청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정쟁거리로만 사안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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