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연말 전 국민의 시선이 정치권으로 향했다. 투자자들도 다르지 않았다. 산타랠리는 없었지만 '계엄랠리'와 '탄핵랠리'는 있었다.
계엄 이후 정치상황이 급변할 때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정치 테마주가 들썩였다. 특히 국회가 계엄을 조기에 해제하면서 당시 해제에 동참한 인물을 중심으로 주가가 움직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대표적이었다.
학연이든, 지연이든 두 대표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는 소문만 돌면 주가가 뛰었다. 계엄사태 전 하루 10원 단위로 움직이던 주가가 1000원단위로 움직일 정도로 뜨거워졌다.
1주일 뒤 탄핵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주목받는 종목도 달라졌다. 여당 소속이지만 투표에 참여했단 이유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관련주가 뛰었고, 반대로 한 대표 테마주는 주춤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에는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다음 대선주자에 베팅했다. '잠룡'으로 평가받던 인물들의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널뛴 것이 이때다.
정치 테마주의 변동성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투자 주의보'를 내렸다. 하지만 주의보에 담긴 내용은 처참했다. 테마주만도 못한 코스피와 코스닥의 성적이 여실히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부터 16일까지 정치테마주 지수의 일별 등락률이 -5.79~12.98%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2.78~2.43%, 코스닥은 -5.19~5.52%의 변동성을 보였다.
정치테마주 지수는 시장지수와 비교하기 위해 금감원이 정치테마주 종목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산출한 수치다. 변동성이 가장 크지만, 수익률만 보면 가장 좋은 성적표다.
뉴욕과 같은 해외 증시의 주요 지수처럼 우상향하는 것도 아니고, 상승보다 하락이 많았던 코스피보다 정치테마지수에 투자하는 편이 나아 보이는 수준이다. 최대 하락률은 정치와 다를 것 없고, 최대 상승률은 2배 이상 차이나는 것을 감안하면 코스닥에 먼저 주의보를 내려야 할 지경이다.
시간 범위를 이번 분기로 늘려도 정치 테마주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압도한다. 금감원은 "10월 2일 이후 지난 16일까지 정치테마주 지수는 최대 47.86%까지 상승한 반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최대 2.80%, 2.48% 수준에 불과해 과열 양상이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조금만 다르게 말하면 정치테마주가 48% 오를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의 최대 상승률이 2%대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과연 어느 쪽에 투자하는 것이 이득인지 모를 정도다. 주의보가 아니라 '종목픽' 자료가 될 수도 있다.
최대 낙폭과 상승폭을 고려하면 위험회피(헷지)만 잘 하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가령 이재명 대표 관련주에 투자하고 지금 주춤한 한동훈 대표 관련주로 헷지한다면 적어도 코스피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금감원은 변동성이 높은 정치테마주 내에서 허위사실 유포나 선행매매 등 불공정거래를 잡아내겠다는 취지로 자료를 작성했다. 하지만 이번 자료를 보고 코스피에 대한 믿음이 또 한번 사라졌다. 정치테마주만도 못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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