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와 정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내년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1464.8원에 정규장을 마쳤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첫 1460원대에 진입한 환율이 더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26일 보고서에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고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속도조절이 글로벌 미 달러 강세를 부추기며 원화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 탄핵정국 여파로 12월 국내 소비심리가 88.4포인트(p)로 전월보다 12.3p 하락하고,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급락한 가운데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며 원화 가치의 평가절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과 채권 순매도 움직임도 지속돼 달러 유출 압력도 커졌다고 진단했다. 불안한 한국 경제 상황으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필요성까지 높아졌지만, 연준의 내년 금리인하 기대도 축소돼 원화 약세 요인이 더해졌다는 평가다.
내년 상반기 환율은 미국 예외주의,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 무역분쟁 심화로 인해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 직전 환율의 시작점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에 따라 2025년 환율 경로가 달라질 것"이라며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내년 1500원대 환율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단을 일부 제한하고 있는 외환당국의 개입과 국민연금의 환헤지 경계감도 달러 상승 추세를 바꾸지 못할 것으로 봤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4000억달러를 상회하고 있지만, 트럼프 집권 2기를 앞두고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압박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외환당국의 환율 개입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도 외환당국과 외환 스와프 거래 한도를 늘리고 계약 기한도 연장했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전술적 및 전략적 환헤지를 통해 해외자산의 최대 15%까지 환헤지가 가능하지만, 전략적 환헤지는 한 번도 발동된 적 없고,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이 해외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어 한계점도 명확하다고 봤다.
환율 하락 요인은 미 달러의 약세 전환이 유일하다고 봤다. 미 달러는 고용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는 시점부터 완만한 속도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전 연구원은 "내년 환율은 상고하저의 움직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원화의 대내외 취약성과 미국 예외주의 지속, 무역분쟁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시점은 다소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