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안(AI기본법)'이 재석 264명 중 찬성 260명, 반대 1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2020년 7월 첫 법안 발의 이후 4년여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선 정쟁 속에 표류하다가 회기 만료로 폐기됐고, 22대 국회 들어 19개 법안 병합심사를 거쳐 지난달에야 상임위 문턱을 처음으로 넘었다. 이후 무난한 통과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이 불거지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AI기본법은 AI 관련 국내 산업 진흥과 오남용 등 부작용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기틀로서 마련됐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규제 최소화를 원칙으로 삼았지만, 마지막까지 각계의 이해관계에 따라 수정·보완 요구가 제기되기도 했다. AI기본법이 국가 AI 경쟁력 강화의 밑거름으로서 제대로 기능하려면 이제부터 다양한 작업이 필요하다.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가천대 법학 교수)은 "고영향AI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정의하고, 위반 시 처벌 조항이 있는 신뢰성 확보 의무에 대해서도 시행령 등에서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AI기본법에 이어 각 부처·기관도 담당영역의 법제도 마련을 추진할 수 있는데, 규제의 중복이나 난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치권이 힘을 합쳐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업계·학계는 AI기본법 제정에 발맞춰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인프라 지원책도 조속히 추진될 것으로 기대한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으로 인해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국가AI위원회가 개점휴업하면서 그간 발만 굴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자신의 AI스타트업 xAI를 위해 엔비디아 H100 GPU 100만장 규모 슈퍼클러스터 계획을 내놨다. 반면 우리나라가 보유한 H100은 겨우 4000여장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AI기본법 제정은 관련 비즈니스 환경을 좀 더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현 시국 상황 때문에 AI인프라 관련 지원이 지연되거나 무위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식되도록 차질 없이 정책이 펼쳐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경쟁에 필요한 체력을 받쳐줄 선행투자, 민간 분야 개별 기업이 갖추기 어려운 구매 협상력 등에도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국회를 통해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국가AI위원회 운영비와 함께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최근 송년 "만약 추경을 한다면 AI 시대를 맞아 AI 인프라, AI 분야 연구개발을 좀 더 강하게 할 수 있게 예산을 써야 할 것"이라며 "대학, 연구기관, 기업 등이 AI컴퓨팅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연구를 하지 못하고, 인력양성을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AI기본법 국회 통과에 대해 유 장관은 "AI기본법 제정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현장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하위법령 제정과 각종 산업 지원 시책의 수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나가고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를 조속히 구축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팽동현기자 dhp@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