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국민의힘 소속 잠룡들이 차별화 행보를 앞당기고 있다. 그중에서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 '찬성'과 함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헌법재판관 임명 촉구' 입장을 내며 이목을 끌었다.
오 시장은 26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계엄 여파에 대해 (국민) 걱정도 많으시고 동의할 수 없다는 분위기인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국민의힘이 빨리 입장을 정리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이틀 전(지난 12일) '탄핵 반대' 입장을 뒤집고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윤 대통령)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범 친윤(親윤석열)진영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오 시장은 당내 주류가 한동훈 전 대표를 겨눈 '배신자' 공세에서도 상대적으로 '무풍지대'에 있었다. 그러나 이날 그는 앞서의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에 대해 "유연성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도 "(한 대행이) 당당하려면 임명해야 된다"며 권성동 원내대표의 '임명 불가론'과 궤를 달리했다.
탄핵심판과 내란 혐의 수사 지연 의혹을 받는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입을 열었다. 오 시장은 "대통령 본인이 말씀하신 것처럼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면 거기에 최대한 협조하시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재판지연 전술을 쓴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당당하게 비판할 수 있으려면 수사에 신속하고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조기 대선이 벌어지면 출마하느냐'는 질문엔 "제가 다시 또 서울시장직을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한다는 건 사실 상당히 부담이고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면서도 "정말 깊이 고민해 지혜롭게 판단하겠다"고 열어뒀다. 오 시장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시장의 책임감'과 '나라를 위해 능력을 써달라는 요구' 사이에서 고심이 크다"며 "결단을 해야할 시점이 올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물러났던 그는 2021년 4·7 보궐선거 당선으로 10년 만에 3선 서울시장으로 돌아왔고,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4선 고지에 올랐다. 임기는 2026년 6월까지다. 여권 최다선(4선) 서울시장직 지속과 대권 사이에서 고심이 깊다. 오 시장은 헌법개정 구상도 드러냈는데 대통령 권한 축소 대신 의회해산권을 주고, 국회엔 내각 불신임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국민의힘 잠룡들이 계엄·탄핵사태에도 지지율 자웅을 겨루는 모양새다. 최근 여론조사(데일리안 의뢰, 여론조사공정 조사, 23~24일, 무선 ARS 방식,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국민의힘 지지층 응답자 307명이 '범여권 대통령후보 지지도' 설문에 응답한 결과 오세훈 19.0%, 한동훈 18.8%, 홍준표 17.4%, 원희룡 14.4% 등 순으로 오 시장이 오차범위(95% 신뢰수준 ±5.7%포인트) 내 선두에 올라 주목받았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월24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