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양준모 칼럼] 탄핵 정국이 불러온 경제 불확실성](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2702102269061001[1].jpg "[양준모 칼럼] 탄핵 정국이 불러온 경제 불확실성")
오리무중의 상황에서 진단의 첫단계는 안개와 두려움을 제거하는 일이다. 지난 19일 한국은행은 현재의 탄핵 정국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관계없는 장기 경제 전망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5~2029년 연 평균 잠재성장률은 1.8%라고 한다. 이후에도 잠재성장률은 계속 떨어져 2045년에서 2049년까지의 평균 잠재성장률은 0.6%로 하락한다. 인구가 감소하고 비효율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저성장은 필연적 현상으로 보인다.
반면 윤석열 정부에서 청년 실업률(15~29세 실업률)은 개선되고 있다. 2019년 8.9%에서 2023년 5.9%로 대폭 하락했고, 2024년 11월 5.5%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청년 실업률 하락은 일부 인구구조 변화의 효과다. 탄핵 정국 이전에 2024년 경제성장률은 2.2%, 그리고 2025년 성장률은 2.0%로 전망됐으니, 성장률이 더 떨어지는 요인은 마구잡이 탄핵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정책 대응은 가능하다. 미국의 대중 관세는 이미 올랐거나 오를 것이다. 캐나다와 미국은 중국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한다. 2025년 세계 성장률 전망치가 3% 내외인 상황에서 중국의 성장률 회복은 제한적이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경쟁력은 떨어진지 오래다. 반도체를 제외하고 대중 수출 증가를 기대할 것이 거의 없다.
트럼프 2기의 대중 제재를 활용하여 우리나라 제조업 생태계의 부활을 도모해야 한다. 미국의 대중 제재로 우리나라의 자동차와 조선, 반도체 등의 대미 수출은 강건하게 유지될 것이다.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으로 국제 유가는 하향 안정화할 것이고, 이는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을 하락시켜 환율 상승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두 시간' 계엄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장기적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으나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정치적 비상계엄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유의적이지 않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고도성장을 보였던 대만은 1949년 5월 20일부터 1987년 7월 15일까지 계엄령하에 있었다. 오히려 두 시간 계엄보다는 탄핵 정치와 탄핵 이후의 정치가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판단된다.
대외적 불확실성은 탄핵을 주도한 야당때문에 악화했다. 1차 탄핵 소추안에서 밝힌 가치 외교에 대한 비난은 해외 투자자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지난해 12월 28일 미달러 환율은 달러당 1290원이었으나, 26일에는 1464.8 원으로 급등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국제 사회의 신뢰를 잃었다. 영수 회담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보인 행동은 경멸에 가까웠다. 이미 미국의 언론이 탄핵 세력의 외교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탄핵 추진 세력의 집권 가능성이 대외신인도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전망의 핵심은 탄핵 정국 이후의 전망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탄핵 청구가 기각되면 탄핵 추진 세력은 정치적으로 몰락한다. 그동안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았던 세력이 몰락하면 윤석열 정부가 개혁을 미룰 이유가 없고, 국회를 장악한 야당도 이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다. 구조조정을 추진하면 단기적으로 고통이 수반돼도 성장의 동력을 얻는다.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다면, 이후 정권은 인기영합적 정책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탄핵 추진 세력으로선 현재 잠재성장률 수준의 경제를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에, 경기 부양의 압박을 받는다. 구조개혁을 회피하고 경기 부양을 시도하면,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자산시장의 거품은 터지기 마련이다. 세계 외교의 흐름을 역행하는 소위 균형 외교 정책 역시 우리나라를 고립시켜 경제 위기는 현재화한다.
권력 다툼으로 정치권은 이성을 잃었다. 몰락하는 국가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리더십 흔들기가 만연하고 있다. 리더십을 잃고 범죄자가 정치를 이끄는 병리적 현상은 경제 위기의 전조다. 정치가 개혁에 동참해야 경제 위기를 회피하고 저성장을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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