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맥주 한 캔이나 와인, 막걸리 등을 가볍게 마시며 하룻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에는 따듯한 국물에 소주를 곁들이거나 와인에 과일과 향신료를 끓여 만든 '뱅쇼'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 일상 속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아이템으로 술을 찾는 사람들은 "취할 정도로 마시는 것도 아니고 조금씩 마시기 때문에 건강에 해롭지 않다"라고 생각하며 마신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먹는 술이 주요 심장 기능인 심방세동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심방세동이란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이 이따금 매우 빠른 속도로 수축하거나 가늘게 떠는 상태로 당장 생명에 위협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진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의대 심장 전문의 그레고리 마커스 교수 연구팀은 "한 잔의 술을 마셔도 가장 흔한 형태의 부정맥인 '심방세동'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5220명을 대상으로 심전도를 분석한 결과 술 한 잔 수준인 알코올 10g 마실 때마다 심방세동 위험이 5% 증가했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술 한 잔을 마실 경우 4시간 안에 심방세동이 나타날 위험이 2배, 두 잔 이상을 마실 경우 3배 높아졌고, 음주량이 많을수록 심방세동 위험은 점점 더 커졌다. 또 술을 한 잔씩 더 마실때 마다 심방의 크기가 0.16mm씩 커진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와 함께 6년동안 진행된 심전도 검사에서 무려 1088명이 심방세동으로 진단됐다.
심장은 우리 몸 곳곳으로 혈액을 보내주는 펌프 역할을 하는 장기로 혈액을 보내고 채우는 과정이 규칙적으로 반복된다. 그런데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이 미세하게 떨림이 생기면 심장의 수축과 이완이 어려워져 혈액이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게 된다. 미국심장학회 대변인이자 펜실베이니아 대학병원 심장전문의 마리엘 제섭 박사는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가족력 등 다른 심장병 위험인자를 지닌 사람은 하루 1잔의 술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술을 자주 마시게 되면 심장의 근육이 공격당하는 횟수가 늘어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심장이 펌프 역할을 제대로 못하게 되면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전신의 피로감, 무기력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내가 평소에 술을 즐겨 마신다고 생각하면 심장내과를 가서 심전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술과 심장 기능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연구는 국내에서도 진행됐다.
고대 안암병원 연구팀은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했는데,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의 심장세동 발생 위험이 40% 높은 것으로 확인했다. 자주 술을 마시면 술이 심장 근육을 공격해 심장근육이 딱딱해지고, 이 과정에서 심장 근육안에 있는 전기회로가 끊기거나 이상이 생겨 심장세동이 생긴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심장이 수축하지 않으면 혈액이 정체돼 혈전이 생기고 이 혈전이 뇌로 올라가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심부전, 심근경색, 뇌경색은 인지기능의 장애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음은 물론 한 두잔의 반주도 쌓이면 심장에 위험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잦은 음주는 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한번에 끊을 수 없다면 적정량을 넘어가지 않도록 유지해야 할 것을 권고한다. 순수 알코올 14g을 표준 1잔으로 보는 미국 국립보건원의 가이드라인을 인용해 우리나라의 음주 환경에 맞게 계산한 음주 가이드라인을 보면, 한국인의 한 주당 적정 음주량은 65세 이하 남성은 8잔 이하, 만 66세 이상 남성은 4잔 이하다.
소주 한병을 기준으로 65세 이하 남성은 일주일간 한병이 권고량이고, 66세 이상 남성은 일주일간 반병만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65세 이하의 경우 4잔 이하로 소주 반병이 주당 권고량이고 66세 이상은 2잔 이하까지가 권고량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을 만든 김종성 충남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서양인과 다른 한국인의 특성과 체질을 반영한 적정 음주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면서 "건강을 위해 가급적이면 폭음을 지양하고 적정 음주량 이내에서 술을 마시려고 노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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