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이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후 권한대행을 맡은 국무총리까지 탄핵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국무총리(한덕수) 탄핵소추안'을 재적 의원 300명 중 192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92표로 가결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해당 안건을 상정하며 한 권한대행의 의결 정족수는 대통령 탄핵과 같은 '재적의원 3분의 2(200석) 이상'이 아닌 총리 탄핵과 같은 '재적 과반(151석)'이라고 밝혔다.
우 의장은 "이 안건에 대한 의결 정족수에 대해 일부 의견이 있지만,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은 직의 파면을 요구하는 것이고 이 안건의 탄핵소추 대상자는 헌법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하여 행사하는 국무총리"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앞서 의원총회에서 결정한 대로 의원 대부분이 표결에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탄핵안 가결 요건이 '재적 과반'으로 정해지면 당론과 무관하게 표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이 투표를 진행하는 동안 본회의장 단상 위로 올라가 '원천 무효', '직권 남용' 등 구호를 외치며 강하게 반발하다가 개표가 시작되자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여당에서는 유일하게 조경태 의원만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으며, 김상욱 의원은 투표하지 않았으나 본회의장에 남아 결과를 지켜봤다.
더불어민주당이 중심이 돼 발의한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은 총 5가지의 탄핵 사유가 담겼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방치한 것, 비상계엄 내란 행위를 공모·묵인·방조한 것, 비상계엄 후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체제 등이 거론됐다.
또 윤 대통령 탄핵 후 권한대행으로서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와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도 탄핵 사유로 적혔다.
여당은 즉시 헌법재판소에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여당은 피청구인을 국회의장으로 하는 청구서에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사유는 헌법상 탄핵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탄핵 사유 자체는 법률적·헌법적인 위반이 전혀 없다"며 "총리로서 법률안 거부권 행사 건의, 비상계엄 국무회의 심의 반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등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당하게 수행한 직무이지 탄핵 사유라 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고 작성했다.
그러면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위를 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탄핵소추안에 대해 대통령에 준하는 가중 탄핵정족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위헌적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후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더 이상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보태지 않기 위해 관련법에 따라 직무를 정지하고 헌법재판소의 신속하고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본인의 탄핵소추의 결정적 사유가 됐던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에 대해서는 "헌법재판관 충원 못지 않게 헌법재판관을 충원하는 과정도 중요하다는 점을 국민 여러분과 여야에 간곡히 말씀드리고 싶다"며 "헌법과 법률, 그리고 우리 헌정사의 전례를 소중히 여기며 소통을 위한 합의로 이견을 좁혀가야 한다고 말씀드린다"고 여전히 입장을 유지했다.
한편 한 권한대행이 탄핵소추되면서 대통령·국무총리 권한대행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게 된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를 향해 "권한대행 탄핵소추는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소추"라며 탄핵을 재고해 줄 것을 호소했으나, 결국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가결 요건을 '재적 과반'으로 정하자,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