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은 모녀 측으로 승기가 기울어진 모습이다. 지난 26일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 그룹인 4자 연합 측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보유한 지분 11.79% 가운데 5%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주식 처분 금액은 1265억원으로, 신 회장이 205만1747주(3%), 라데팡스가 136만7831주(2%)를 각각 인수하기로 했다. 계약에 따라 4자 연합 지분은 40%로 높아졌으며, 우호 세력인 가현문화재단·임성기재단의 지분까지 합치면 48%에 이르게 됐다.
임 이사는 한미약품에 대한 민형사상 고소·고발도 모두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4자연합은 "임 이사의 보유 지분 일부를 매입하고 경영권 분쟁 종식, 그룹 거버넌스 안정화, 전문경영인 중심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제 구축이라는 합의를 도출했다"면서 "이번 합의로 그룹 거버넌스 이슈를 조속히 안정화하고, 주주가치를 억눌렀던 오버행 이슈도 대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을 시작했던 임종윤 이사가 5% 지분을 매각한 배경은 상속세 납부와 주식담보대출 상환 부담 때문이다. 현재 형제 측은 각각 300억 가량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고, 임종윤 사내이사의 경우 내년 1600억원 이상의 주식담보대출까지 갚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임 이사는 대출금 상환과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난 24일 주당 3만7000원에 신 회장에게 205만1747주를, 킬링턴 유한회사에 136만7831주를 넘기며 1265억원가량을 확보했다.
임종훈 대표도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18일 105만주를 블록딜로 매각해 314억원을 현금화했다. 앞서 임 대표는 "백기사 두 곳과 투자 관련 내용을 논의 중으로, 한미약품 임시주총 종료 후 이달 중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도 이에 대한 언급이 없는 상태다.
임종훈 대표와 임종윤 사내이사간 불통도 이번 결정의 원인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임 대표 측 관계자는 "구체적인 진전 상황을 언급하긴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관련 내용에 대해 소통 중"이라고 전했다. 임 이사의 지분 매각이 결정된 후 임 대표는 "형님이 이 상태로 계속 다툼만 해서는 여러모로 안되겠다는 답답함에 결심했다고 알려왔다"며 구체적인 사안은 "형님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임 이사가 4자 연합 측에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형제 연합은 사실상 해체됐다. 이 와중에 모녀와 손잡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사모펀드 라데팡스 지분이 30%에 육박해, 가족 전체를 역전했다. 또한 임 이사가 4인 연합이 구상한 경영 체제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기로 하면서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체제 구축이 빠르게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임 이사가 입장을 선회한 만큼 내년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전문경영인으로 대표를 교체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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