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29일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대참사로 설립 19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고개 숙여 사과하며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제주항공은 10억달러(약 1조4760억원) 규모의 배상 책임보험을 기반으로 지원을 약속했다.
다만 이번 사고가 난 항공기가 과거에도 논란이 된 기체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돼, 안전관리나 정비 불량 가능성도 인위적 과실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가진 2차 브리핑에서 "사고가 발생한 해당 항공기는 약 10억달러의 배상 책임보험에 가입돼 있다"며 "희생자 지원에 모자람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오후 2시 1차 브리핑을 열고 취재진에게 "사고 원인을 불문하고 최고 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고의 원인을 가늠하기 어렵고 관련 정부 기관의 공식적인 조사 발표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빠른 사고 수습과 탑승자 가족 지원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정부와 함께 사고 원인 규명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로 과거 위장 보고 의혹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사고 항공기는 태국 방콕발 보잉 737-800 제주항공 7C2216편이다. 사고기(당시 편명은 7C1381)는 지난 2022년 일본 간사이 공항에서 이륙 직후 엔진 고장으로 회항한 바 있다. 제주항공은 당시 해당 사고의 원인을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보고했다. 이후 내부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엔진 고장을 조류 충돌로 위장해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했고, 결국 회항 원인이 엔진 고장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는 이같은 논란에도 "(사고 항공기인 7C2216편(B737-800)은)사고 이력이 없는 항공기"라고 선을 그엇다. 정비 프로그램에 따라 정비를 하고 있었으며 이상징후는 없었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제주항공은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와 애경그룹이 합작 설립한 저비용 항공사(LCC)로, 이번 무안공항 사고 전까지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형 사고는 겪지 않았다. 2007년 승무원을 포함해 79명을 태운 제주발 부산행 항공기가 김해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있었지만 모두 무사했다. 2013년에는 승무원 포함 탑승객 193명이 탄 제주발 항공기가 김포공항에 착륙하려다 활주로를 이탈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로 2020~2022년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작년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인 1698억원을 기록하는 등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이번 사태로 대규모 보상은 물론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제주항공은 2005년 8월 국내·국제선 정기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했고 이듬해 6월 제주-김포 노선에 처음 취항했다. 2015년에는 국내 LCC 중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올 1월 기준으로는 국내 LCC 중 가장 많은 42대의 항공기를 보유했으며 50개 도시, 85개 이상의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제주항공 지분율은 작년말 기준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가 50.37%로 최대주주이며 국민연금공단이 7.84%로 2대 주주로 있다.
제주항공은 무안공항 참사 직후 홈페이지에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머리숙여 사과드린다. 우선 사고 수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우진·양호연기자 jwj17@dt.co.kr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가 29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브리핑을 마친 후 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양호연 기자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가 29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브리핑을 마친 후 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양호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