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 1분 전 "메이데이" 그리고 `꽝`… 긴박했던 순간[무안 제주항공 대참사]

입력: 2024-12-29 16:51 이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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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 직전 '조류충돌' 긴급 무전
회항 시도 1분 뒤 '긴급 구조신호'
활주로 내리고 감속 안된채 충돌
목격자 "우측 엔진서 불길 관측"

올해 마지막 일요일로 연말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은 29일 오전. 이날 새벽 1시30분 태국 방콕을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항공기 도착 예정 시간은 오전 8시 30분이었다. 항공기는 제 시간에 맞춰 공항 1번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했다가 정상 착륙에 실패하고 복행(Go Around)해 다시 착륙을 시도했다.

20여분이 지난 8시57분쯤. 공항 관제탑에 근무하던 관제사는 이 항공기에 긴급 무전을 보냈다. '버드스트라이크'(조류 충돌) 가 예상돼 긴급히 주의를 준 것이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항공기 이·착륙 혹은 순항 중 새가 동체나 엔진 등에 부딪히는 현상이다. 움직이는 항공기에 새가 충돌할 때는 큰 충격이 가해지는데, 시속 370㎞로 상승하는 항공기에 900g의 청둥오리 한 마리가 충돌할 때 항공기가 받는 순간 충격은 최대 4.8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가 항공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에는 화재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1분 후인 8시58분께 사고기 기장은 긴급 구조 신호 '메이데이' 선언을 했다. 이어 비행기는 오전 9시쯤 당초 착륙해야 하는 방향(1번 활주로)의 반대 방향인 19번 활주로를 통해 다시 한번 착륙을 시도했다. 3분 후인 9시 3분쯤 무슨 연유에선지 랜딩기어를 내려오지 않자 동체 착륙을 시도한 것이다.

활주로에 닿은 동체 바닥은 그대로 약 10초간 활주로를 그대로 직진했다. 속도가 줄지 않았다. 직진하던 여객기는 굉음과 함께 활주로를 이탈해 공항 끝단의 벽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담벼락과 충돌한 여객기는 곧바로 엄청난 폭발음과 시뻘건 화염에 휩싸였다.

사고 당시 현장 영상에서는 공항 상공 위를 지나던 기체 우측에서 순간 불꽃과 연기가 터져 나오는 것이 포착됐다. 사고 여객기가 착륙 전 새 떼와 충돌한 것으로 보였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공항 인근 바닷가에서 낚시하던 정모(50)씨는 사고 여객기는 활주로에 착륙하려고 하강하던 중 반대편에서 날아온 새 무리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을 목격했다. 일부 새가 엔진으로 빨려 들어간 듯 2~3차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 엔진에서 불길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처음 착륙을 시도하다 관제탑에서 조류 충돌 주의 경보를 주자 얼마 안 있다가 조종사가 메이데이를 선언했다"며 "그 당시 관제탑에서 활주로 반대 방향으로 착륙 허가를 줘 조종사가 수용하고, 다시 착륙하는 과정에서 활주로를 지나서 외벽에 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난 기종은 B737-800으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 175명은 한국인이 173명, 나머지 2명은 태국인인 것으로 잠정 분류됐다. 항공기 기체는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다. 소방 당국은 오전 9시46분쯤 초기 진화를 마쳤고, 승무원 2명을 극적으로 구조해 냈다.

제주항공은 지난 8일부터 일본 나가사키, 대만 타이베이, 태국 방콕,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제주 정기편 운항에 들어갔다. 사고 여객기는 1주일에 4번 방콕과 무안을 오갔다. 제주항공은 2018년 4월 무안공항에 첫 취항 했으나 정기편 운항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여객기는 무안국제공항에 정기 취항한 지 한 달도 안돼 이같은 참변을 빚은 것이다.

사고기를 운항한 2명의 조종사는 기장의 경우 6823시간, 부기장의 경우 1650시간의 비행 경력이 있었다. 각각 2019년 3월, 지난해 2월 현 직책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송신용·이윤희기자 stel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