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항공기 대참사의 원인을 둘러싼 의혹과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제주항공은 사고 원인에 대해선 "원인을 불문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관계당국의 조사를 지켜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번 사고의 원인이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나 자연적 요인 뿐 만아니라 관리 체계와 대비가 부족했던 점 역시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29일 제주항공은 대국민 발표를 통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탑승객분들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현재로서는 사고의 원인은 가늠하기 어렵고 관련 정부 기관의 공식적인 조사 발표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빠른 사고 수습과 탑승자 가족 지원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정부와 함께 사고 원인 규명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소방당국은 일단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조류 충돌'(버드스트라이크)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무안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사고 여객기가 조류 충돌 경고 후 1분 후에 조난신호인 '메이데이'를 요청했고, 이후 5분 만에 충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제주항공은 이번 사고와 유사한 사례를 겪었던 만큼 대응체계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2022년 일본 간사이 공항에 이번 사고기종과 동일한 기종의 항공기를 투입했었고 이륙 직후 버드스트라이크에 따른 엔진 고장으로 회항한 경험이 있다.
게다가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은 서해안 철새 도래지와 인접한 만큼 버드스트라이크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무안국제공항 인근엔 113.34㎢의 대규모 무안갯벌습지보호구역이 자리 잡고 있다. 갯벌은 철새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한다. 지난해 전국 14개 공항에서 발생한 버드 스트라이크 건수는 총 130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가 8월~10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년 6개월 동안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충돌 사고는 623건에 이른다.
다른 의혹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사고 기종인 보잉 737-800은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단일 통로형 항공기지만 여러 차례 사고 이력이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보잉 737-800은 보잉 737 시리즈의 일환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성능과 연료 효율성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수 항공사가 운용하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여러 사고가 발생한 기종 중 하나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터키항공 1951편 사고(2009년), 에어인디아 익스프레스 1344편 사고(2020년), 우크라이나항공 752편 격추 사건(2020년) 등이 있다. 해당 기종은 기술적 결함보다는 조종사 실수나 외부 요인으로 인한 사고가 많았지만 반복되는 사고로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가 다른 공항에 비해 짧은 점도 또 다른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간 무안공항은 활주로 길이가 짧아 대형 항공기의 착륙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겨울철에는 노면이 미끄러워 사고 위험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언급돼 왔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3750~4000m와 김포국제공항 활주로 3600m 대비 800m가량 길이가 짧다. 이에 따라 무안공항은 오는 2025년 연내 완공을 목표로 북측 활주로 연장사업을 3년째 진행 중이었다. 해당 사업은 492억원을 투입해 기존 2800m인 활주로를 3160m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현재까지 공정률이 70% 수준으로 완공을 앞둔 시점인 만큼 안타까움은 커지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사고 화면을 봤을 땐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해 유압 계통 또는 엔진에 문제가 생겨 착륙 과정에서 속도를 줄여주는 스피드 브레이크, 플랩 등이 제대로 펴지지 않은 것 같다"며 "동체 착륙이 이뤄질 경우 활주로 길이는 사고 발생 여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토부는 짧은 활주로가 사고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 "2800ｍ는 그전에도 항공기 운항했고 활주로 길이 충분치 않아 사고 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 비행기록장치는 사고조사위원회가 수거했고 음성기록장치는 현장 상황 따라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세종=강승구·양호연기자 hyy@dt.co.kr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119 소방관과 구급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가 29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브리핑을 마친 후 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양호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