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 얽혀 협치 가능성 낮아
수습국면서만 탄핵갈등 소강상태 이룰 듯
수습국면서만 탄핵갈등 소강상태 이룰 듯
탄핵 시국에서 정쟁을 일삼던 여야가 제주항공 무안참사를 계기로 협치로 선회할지 주목된다. 일단 여야 모두 참사 수습까지는 충돌을 자제해야 한다는 기류가 흐른다. 이런 상황에서 정쟁을 벌이다가 자칫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헌법재판관 임명과 쌍특검(김건희·내란 특검법)을 두고는 중재안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을 추진한 더불어민주당은 신중론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예상치 못한 참사가 일어난 가운데, 국정 컨트롤 타워 부재에 대한 책임론을 넘어가기 위해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27일부터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총리 직무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모두 맡는 사상 초유의 '대대행' 체제를 맡는 상황에서 국정 혼란이 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특히 최 대행을 보좌하는 기재부에 관련 조직이 없다는 점은 안전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도 이같이 상황을 의식하고 있다. 참사를 수습해야 할 국무위원 다수가 공석인 점에 대한 책임론을 두고 국민의힘과 신경전을 이어가기는 했지만 발언 수위를 최대한 낮췄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먼저 "국가적 비상사태 속 주요 부처 장관의 공백 상황이 대단히 안타깝다"고 하자, 조승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이 쌓아 온 시스템이 여전히 건재하게 살아있다.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리더십만 제대로 발휘하면 충분하다"고 대응했다.
헌법재판관 임명과 쌍특검법 공포를 두고 줄줄이 탄핵을 예고하던 기조에서도 변화를 보인다. 김윤덕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 대행이 쌍특검법 공포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할 경우를 가정한 추가 탄핵 가능성과 관련해 "신중하고 인내심있게 기다리며 설득도, 대화도 하려고 한다. 국민 분노가 계속 올라가고 있어 국민과 함께 소통하고 여러 가지 과정을 진행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당내에서도 최 대행이 사고 수습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기조에는 현시점에서 최 대행 탄핵카드를 거론할 경우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를 마비시킨다는 비판 여론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수세적인 위치에 있는 여당도 일단은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 수습에 전력을 다한다는 분위기다.
다만 헌법재판관 임명과 쌍특검법을 두고 여야가 타협을 할지는 불투명하다.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당내에서는 헌재의 공백을 빨리 채워 조기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절차를 밟은 뒤, 4~5월경 대선을 치르는 방향으로 유도할 방침이다. 최장 180일 기간 심리 기간을 채우면 7월에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등 법원 선고 결과와 맞물려 대권 가도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다른 셈법을 갖고 있다. 이 대표의 대권 가도를 저지하려는 의도뿐만 아니라 친윤(친윤석열)·영남·중진 의원들의 자리 보전이 더 우선이다. 지금 윤 대통령을 지키려는 태도를 취해야 2026년 지방선거에서 영남을 지키고, 2028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확률이 더 높다는 계산이다.
국민의힘 보좌진은 이날 통화에서 "민주당과 반대로 판단하면 된다"며 "민주당은 이 대표 전제주의 체제라면, 국민의힘은 각자도생이 목적"이라며 "일부 의원들을 제외하곤 대다수가 대의를 위해 희생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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