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의 강제 구인이 현실화할 경우 이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내란 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과 25일에 이어 이날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수처는 지난 26일 윤 대통령에게 이날 오전 10시까지 공수처로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은 내란 혐의를 수사할 권한이 없는 공수처의 출석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에 근거해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된 내란 혐의를 당연히 수사할 수 있다며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을 사실상 일축했다. 공수처법 제2조는 고위공직자의 직권남용 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로서 해당 고위공직자가 범한 죄를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공수처가 이르면 30일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경찰과 검찰이 사건을 이첩하면서 윤 대통령의 내란·직권남용 혐의 수사는 공수처로 일원화된 상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출석요구서 수령을 반복해서 고의로 거부한 만큼 체포영장 발부 요건이 충족됐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소송법을 보면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요구에 불응하거나 불응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로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내란죄의 수괴와 내란죄의 중요 범죄자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고 언급한 것도 체포영장 청구 수순을 밟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다만 법원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할지,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공수처가 당장 집행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직 대통령 강제 수사가 이뤄질 경우 경호처와의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오 처장은 지난 17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체포·구속영장에 대해선 공무상 비밀 등을 이유로 영장 집행을 방해할 수 없다"며 "그런 사태에 대비해 특수공무집행 방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가 성립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수사기관에 출석할지도 관심사다. 정 실장과 신 실장은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으로부터 30일 각각 피고발인과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두 사람은 "수사기관으로부터 30일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지난 27일 국회 운영위원회 현안질의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바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수사도 속도를 낸다. 검찰은 지난 27일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의 휴대전화를 압수 방식으로 재차 확보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휴대전화의 포렌식 선별작업을 30일 진행한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휴대전화를 포렌식으로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과 주고받은 내용이 뭐가 있는지, 지휘관들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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