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7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7원 오른 1467.5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오후 들어 상승 폭이 크게 줄었지만 오전 장중 한때 1486.7원까지 급등했다. 장중 고점 기준으로 환율이 1480원대를 보인 건 2009년 3월 16일(1488.5원) 이후 처음이다. 야당이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기로 한 26일부터 주간 종가는 11.1원 뛰었다. 탄핵이 가결된 이후 야간 거래에서 환율은 한때 다시 1479원을 넘어서며 이날 주간 종가보다도 11원 넘게 오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단기적으로 1500원대로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재료가 없기에 1500원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것이다.
전권식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트럼프 정권 출범과 탄핵 정국이 맞물리면서 외교적 공백과 함께 신인도 하락은 당분간 불가피하다"며 "외환보유고 감소 흐름 속 외환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도 기대할 수 없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1% 중후반대로 6개월 가까이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가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정치 불안정이 장기화하고 가계, 기업의 연체율이 오르면서 금융기관의 손실 흡수 능력과 외화유동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 내년 원·달러 환율의 뉴노멀은 1500원이 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 "3~4%의 환율 변동은 통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바,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도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란 자료를 제출했다.
'12·3 비상계엄'이란 대통령발(發) 초대형 악재에도 간신히 버텨왔는데 이제 '권한대행 체제'의 불안정이란 근본적인 시스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대외신인도 근간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인도 타격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을 가속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계엄 사태 이후 외국인 주식자금은 약 3조원, 채권자금은 2조2000억원 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계엄 사태 영향이라기보단 기존 유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며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실물경제가 영향을 받으면서 펀더멘털과 투자자 신뢰가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상황이 안정되면 환율이 지금보다 하락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종수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팀장은 "1500원 돌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내년 정치적 혼란이 마무리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서 환율도 1400원 부근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이 아직 양호하다는 평가에 따라 급등세는 점진적으로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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