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각각 8.6세대(차세대) IT용 유기발광다이이드(OLED)와 아이폰용 패널 시장 점유율을 본격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AI) 기능 적용 본격화로 애플 제품군의 OLED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내 디스플레이업계가 미 정부의 대중 제재 반사이익을 얻게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9일 대한상공회의소 '2025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증가로 내년 반도체와 자동차·배터리 등 국내 기업의 주요 산업 수출 실적은 올해보다 저조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디스플레이 수출 규모는 오히려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대한상의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내년도 수출 규모가 올해보다 4% 늘어난 195억달러 수준일 것으로 예측했다.
권민규 SK증권 연구원은 "태블릿과 노트북 등 IT OLED가 주도하는 이번 성장 사이클에서 수혜는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몫이 될 것"이라며 "디스플레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예상되는 미중 갈등 국면에서 일방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거의 유일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태블릿용 OLED 시장과 아이폰용 패널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에 총 4조1000억원을 투자해 태블릿·노트북용 8.6세대 OLED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당초 2026년 양산을 목표했지만, 업계에선 최근 양산 시점을 내년 연말로 앞당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BOE가 건설 중인 8.6세대 생산라인 완공 시점 보다 2년 가량 빠른 것이다.
이로 인해 애플이 OLED 적용을 계획 중인 아이패드 미니(2026년 예상) 초기 패널 시장을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할 것이란 가능성이 거론된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2026년부터 OLED 채택 범위를 아이패드 미니 등으로 넓힐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때까지 8.6세대 OLED를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유일할 것"이라며 "미중 갈등 심화 영향도 더해져 삼성디스플레이가 태블릿 OLED 초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17에서 패널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려 삼성디스플레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복수의 시장조사업체에선 내년 아이폰17 전 모델에 LTPO(저전력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BOE의 아이폰 공급망 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TPO는 그간 애플 고급 스마트폰 모델인 '아이폰 프로'와 '아이폰 프로맥스'에만 적용돼 온 고부가 패널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BOE가 아이폰 패널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면서 LG디스플레이에게 물량이 이관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