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틀째인 30일 여야 지도부가 국회 일정을 모두 미루고 일제히 전남 무안을 찾았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및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정국으로 극에 달한 여야 간 갈등도 일단 접어두고 사태 수습에 힘을 모으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취임식 대신 전남 무안공항을 찾아 현장을 살피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권 위원장은 "정부가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해 모든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과 희생자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모시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국민의힘도 최대한 협력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유가족에게 악수를 건네며 위로한 후 무안공항에서 비공개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국토교통부와 추가 회의도 진행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당내 항공기사고대책위원회와 함께 이날 오전 무안공항의 유가족 대피소를 찾고 현장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는 "정말 황망하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여러분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사태 수습과 진상 규명을 위해 모든 일을 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도 이날 무안 전남도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항공사고 대책위 긴급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전날 내려와 무안공항에서 유가족을 만난 이 대표는 최고위에서 "다시는 이런 비극적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고 수습"이라며 "당 항공참사대책위가 현장에 머물면서 피해자 가족이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역시 무안 전남도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황운하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수습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사고 발생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애도와 위로'를 전한 것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이제 와서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말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입 닫고 수사나 제대로 받으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각 지도부가 무안으로 향하면서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비상계엄 관련 현안질의 등 대부분의 국회 일정은 취소됐다. 이날 오후 예정됐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도 31일로 연기됐다.
다만 여전히 등 뒤에서는 여야 모두 서로를 향한 칼날을 벼리고 있다. 여당은 야당의 지나친 '탄핵 중독'으로 국가 재난 사태에서 책임자가 부재하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하고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서 "국회가 정부를 지원할 일이 있으면 여야를 떠나서 함께 지원해야 한다"면서 "행정안전부 장관이 공석이고, 현장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장관이 비어있는 부분은 참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반면 민주당은 탄핵으로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오히려 국정을 빨리 회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같은 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참사 수습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가장 큰 위기를 초래하고 국정 마비를 초래한 사람이 윤석열"이라며 "모든 문제의 가장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는 국정이 제대로 회복될 수 없다"고 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합동분향소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조문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난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