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본법 통과 불구 증액 무산
글로벌 GPU 확보 경쟁 뒤쳐져
AGI 개발 인프라 구축 위기감
데이터센터 전력부족도 '심각'
글로벌 GPU 확보 경쟁 뒤쳐져
AGI 개발 인프라 구축 위기감
데이터센터 전력부족도 '심각'
![[테크&포커스] AI법 있으면 뭐하나… "수천장 남짓 GPU, 최소 10만개 넘게 늘려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3102101231092001[1].jpg "[테크&포커스] AI법 있으면 뭐하나… \"수천장 남짓 GPU, 최소 10만개 넘게 늘려야\"")
인공지능(AI)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지원할 근거와 안전 기준을 명시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안(AI 기본법)'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법 제정과 별도로 글로벌 AI 경쟁에서 한국의 입지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특히 AI 인프라 부족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야 정쟁 속에서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예산 증액이 무산되며 내년 예산안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테크&포커스] AI법 있으면 뭐하나… "수천장 남짓 GPU, 최소 10만개 넘게 늘려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3102101231092001[2].jpg "[테크&포커스] AI법 있으면 뭐하나… \"수천장 남짓 GPU, 최소 10만개 넘게 늘려야\"")
◇AI기본법 드디어 통과…GPU 확보 가능해지나
AI 기본법은 3년마다 AI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예산과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AI 기술의 건전한 발전과 신뢰 기반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안전성과 윤리성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 속 국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법 제정과 별개로, AI 개발에 필수적인 인프라 구축이 지연되면서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글로벌 빅테크는 범용인공지능(AGI)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데 국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수급과 데이터센터 전력 부족 등 기본적인 인프라마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은 "미국의 빅테크는 한 회사가 GPU 15만장씩 구매할 때, 한국은 전체가 4000~5000장을 사는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내 AI 산업 자체의 활성화도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들은 AGI 개발을 목표로 AI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터용 GPU인 H100을 무려 15만개씩 구매했다. 내년까지 50만장 이상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AI 스타트업 xAI 또한 최근 100만개 이상의 GPU를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xAI는 올해 초 단 3개월 만에 10만 개의 GPU 클러스터를 구축한 데 이어, 내년에는 이를 10배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보유한 GPU는 전체를 통틀어도 4000여장에 불과하다. 거대 자본 투입이 가능한 빅테크들과 달리 GPU 한 개 가격이 최대 6000만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다.
게다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AI 연구용 컴퓨팅 지원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예산 3217억원 증액마져 무산됐다. 이는 AI 원천기술 확장이 시급한 상황에서 폭발적인 AI 컴퓨팅 인프라 수요를 충족하고, 혁신적인 AI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GPU 확보 및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AI 인프라 확보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며 "2030년 GPU 3만장을 확보하겠다고 하는 목표를 2026년으로 앞당겨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10만장, 20만장씩 확보하고 있는데 5년 후에 3만장을 확보해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력도 부족…"예산 없으면 법도 실효성 없어"
데이터센터의 전력 부족 문제 또한 국내 AI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생성형 AI 확산으로 인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향후 2년간 16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27년까지 기존 데이터센터의 40%에서 전력 가용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에서도 데이터센터 전력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9년까지 데이터센터 수요는 732개, 소요 전력 용량은 4만9397메가와트(M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는 153개 정도다.
국내 AI 산업이 데이터센터 전력 부족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이 주요 국가들은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에선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2027년까지 150억달러(약 21조7500억원)를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확충할 계획이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들도 일본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며 디지털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대만도 데이터센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구글과 애플이 대만에 새 데이터센터를 건립 중이다. 반면 한국은 글로벌 기업들의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 소식마저 끊긴 상태다.
이에 전문가들은 AI 기본법 제정의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효성을 얻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조 회장은 "AI 기본법이 통과됐지만 정부와 민간이 함께 인프라 구축에 공격적으로 나서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최소 15만장 이상의 GPU는 확보해야 한다. 해외 기업 한 곳 수준도 안 되면 AI 서비스나 산업 육성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AI 기본법 제정 자체는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미국처럼 10조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야 AI 산업 육성과 규제 모두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며 "미국 빅테크는 기업당 GPU 10만장 이상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은 국가 전체를 합쳐도 3000장 수준인데 학습과 서비스가 원활히 되려면 최소 10만장 이상이 필요하다. 우리도 GPU 같은 현물과 연구 예산 지원을 동시에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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