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입증책임 전환' 담긴 개정안 통과
게임 이용자 권리구제 위한 근거조항 신설 유의미
'사람의 부주의'로 문제 앓던 게임사들, 실수 없는 경영해야
게임업계의 품질경영 수준이 높아진 이용자 눈높이에 맞춰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의무화된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거짓으로 하거나 미표기하면 최대 3배에 달하는 배상금을 내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입증 책임도 이용자가 아닌 게임사에 주어진다.
'징벌적 손해배상'과 '입증책임 전환'을 골자로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일부개정안과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기능을 강화하는 콘텐츠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게임산업법 일부개정안은 6개월 후, 콘텐츠산업진흥법 개정안은 1년 뒤 시행된다.
징벌적 손해배상과 입증책임 전환은 게임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운영방식에 일대 개선을 요구하는 조치다. 이전에는 확률을 잘못 표시해 게임 이용자들이 손해를 봤을 때 피해를 보상하는 근거조항이 없었고, 입증책임이 소비자에게 있어 권리구제가 어려웠는데, 이번 개정안으로 근거조항을 마련해서다.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이후에도 국내외 게임사들은 확률 정보를 수 차례 잘못 표기한 바 있다. 2024년 상반기 확률정보 미표시로 시정요청된 건은 544건이다. 게임사들이 확률 정보를 잘못 표기해 피해를 본 이용자들은 '심증'만으로 게임사에게 요구했는데, 개정안 시행 이후부터는 게임사들이 관련 입증을 해야 하고 기망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해 권리구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시행령 제정과 관련해 법 적용 시점이 쟁점이 되고 있다. 지난해 공개된 사안과 향후 6개월 동안 발생하는 건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할 것인지, 시행 이후부터 일어나는 것만 한정할 지가 쟁점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주요 게임사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 이 사안들도 '징벌적 손해배상'에 따른 벌금 및 과징금이 부과될 지 주목된다.
이와함께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의 기능 강화로 이용자들의 신고처가 더욱 확대됐다.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는 2011년 설립된 정부 산하 기구로, 2023년 신고 건수는 1만5177건, 이 중 게임이 88%를 차지했다. 이번 콘텐츠산업진흥법 개정안 통과에 따라 콘텐츠분쟁조정위는 집단분쟁조정 기능을 갖춰 한국소비자원과 동일한 기능을 하는 '콘텐츠 전문 기관'으로 역할이 커진다. 그 결과 더욱 빠른 속도로 집단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게임사들은 올해 이용자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들이 게임사들을 상대로 집단 소송과 집단분쟁조정, 공정위 신고 등 적극적인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국내 게임사들은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에 맞춰 이용자가 확률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새로 개발하거나 확률 공시를 위해 거치는 점검 프로세스를 보완하는 등 각종 장치를 마련한 바 있다. 다만, '사람의 실수'로 잘못된 확률 정보를 안내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확률 정보 공시 프로세스에 이중·삼중장치를 갖추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 사태로 떨어진 이용자들의 신뢰 회복이 시급한 만큼 게임업계가 관련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체질 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만큼 게임 이용자 보호와 함께 산업계에 대한 여러 지원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