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무안국제공항의 콘크리트 둔덕이 사고 심각성을 키웠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둔덕이 지상으로 2ｍ가량 돌출된 부분과 소재 등이 여객기와의 충돌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온다. 이 둔덕은 활주로 끝에 위치한 방위각 제공 시설(로컬라이저)을 지지하기 위해 설치된 구조물로 높이 2~3m의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2m가량의 콘크리트 토대 위에 세워진 해당 시설이 적법하게 설치됐다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선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면서 시설 보강이 진행되며 설치된 두께 30㎝ 콘크리트 상판도 사고에 영향을 끼쳤는지 이목이 쏠린다. 또 국토부가 활주로 연장공사를 하면서 300m가량 활주로가 줄어들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콘크리트 소재의 구조물이 없었다면 피해 규모가 줄었을 것으로 보고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 전문가는 "자세한 사고 원인은 조사를 통해 지켜봐야 알 것"이라면서도 "둔덕의 설치 위치와 소재 등이 규정에 따라 적절하게 설치됐는지 여부도 조사 과정에서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전문가들도 이 같은 지적에 힘을 실었다.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 단체 '항공안전재단' 하산 샤히디 회장은 "(공항내) 구조물 배치는 국제 표준에 따라 결정된다"며 "조사관들은 이런 구조물이 규정을 준수했는지를 알고 싶어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를 들어 활주로 근처의 물체들은 (항공기와의) 충돌시 부서지기 쉬운 물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항공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도 BBC 인터뷰에서 "장애물이 없었다면 여객기에 탑승한 대부분의, 아마도 전부가 생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기가 랜딩기어와 플랩(고양력장치) 등이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착지가 최선의 수준으로 이뤄졌고 동체착륙 뒤 활주로를 미끄러지는 동안에도 동체에 심각한 손상도 입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사망자가 나온 원인은 착륙 그 자체가 아니고 동체가 활주로 끝단 바로 너머에 있는 매우 단단한 장애물과 충돌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48년 경력의 파일럿 크리스 킹스우드도 BBC 인터뷰를 통해 "항공기는 비행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가볍게 제작되기 때문에 강한 구조물이 아니다"라며 "어떤 종류의 구조물이라도 (충돌 시) 동체는 산산조각 날 수 있고 이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국내 항공 안전 규정과 시설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국토부는 이 같은 지적이 계속되자 여러 조사 결과 등을 점검한 뒤 해당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만약 조사 결과 둔덕 설치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에는 국토부 역시 관리 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토부는 무안공항 활주로 폐쇄 기간을 오는 7일 오전 6시까지로 연장했다. 현장 수습·사고 조사와 파손된 로컬라이저 재설치 등을 감안하면 재개장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토부와 사고조사위는 블랙박스 분석과 더불어 사고기 엔진 고장 내역 등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유경수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관은 "엔진 두 개가 모두 고장 나면 유압 계통에 이상이 생겨 랜딩기어(착륙장치) 작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조종석에서 수동 레버가 작동했는지 등은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정확히 결론 내려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양호연기자 hyy@dt.co.kr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와의 충돌 여파로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