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장기화…BYD 韓 진출로 경쟁 과열
美 통상환경 악화…보편관세 적용 시 수출 최대 13.6% 감소
비용 부담 커진 완성차 업체, 합병 등 다양한 협력 시나리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힘겨운 지난 한 해를 보낸 완성차 시장이 올해 한층 더 심해진 보릿고개에 진입할 전망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자국 우선주의 확산과 중국 업체들의 빠른 시장 잠식에도 대응해야 할 과제가 주어졌다.
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완성차 내수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6.3% 감소한 164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경기 부진 지속과 고금리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전기차 판매 부진 등의 탓이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완성차 업계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전기차 캐즘 장기화에 따라 국내 완성차 및 수입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략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8월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인해 소비자 사이에서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있기에 전기차 출시에 있어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측이다.
이 가운데 중국 BYD가 한국에 진출하며 보급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전기차 시장 재편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캐스퍼 일렉트릭과 기아 EV3가 월 전기차 판매량 상위권에 계속 오르며 보급형 전기차의 저력을 보여준 바 있다. 올해도 BYD를 의식한 업체들의 전기차 가격 인하·할인 및 보급형 전기차 출시가 늘어날 전망이다.
대신 하이브리드차(HEV) 판매는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대형 스포츠실용차(SUV) 팰리세이드와 기아 소형 SUV 셀토스 완전변경 모델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추가되며, KG 모빌리티도 토레스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올해 선보일 예정이라 선택지도 넓어진다.
수출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가장 큰 손님인 미국의 통상환경 악화와 중국 업체들의 글로벌 진출 가속화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의 '트럼프 보편관세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내세운 보편적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자동차 수출은 5.9~13.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통상정책으로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보편적 관세를 제시한 바 있다.
현재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의 관세가 0%로 책정돼 있다. 보편적 관세의 적용 시 가격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다.
불확실성이 높은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신흥 시장 개척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그곳에서의 경쟁도 격화될 전망이다. 관세 장벽으로 인해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 업체들이 남미와 동남아 등 신흥 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BYD는 동남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며 매서운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또 미국으로의 우회 수출을 위해 멕시코 등 남미에도 공장을 세우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글로벌 완성차 진영이 크게 변화하고 있기에 이에 따른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2위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이 수익성 하락으로 공장 가동 중지, 인력 감축, 투자 축소 등을 단행하고 있으며, 일본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합병을 공식화해 완성차 업체의 판매량 순위에도 변동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비용 감소에 대한 부담감이 높아진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에 투자를 줄일 가능성도 있다. 비용 부담은 크지만 테슬라와 BYD가 주도하고 있는 전기차 전환을 따라가기 위해서라도 투자와 개발을 이뤄져야 하기에 혼다·닛산 합병과 같이 다양한 방식의 협력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