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22년 항공기사고 재조명
유사한 충돌상황서도 '전원 생존'
'약한 구조물에 장착' 규정에도
무안공항, 콘크리트 위에 설치
단단한 구조물 들이받으며 화재
유사한 충돌상황서도 '전원 생존'
'약한 구조물에 장착' 규정에도
무안공항, 콘크리트 위에 설치
단단한 구조물 들이받으며 화재
무안국제공항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 배경과 관련, 활주로 끝에 위치한 로컬라이저(Localizer·착륙 유도 안전시설)가 설치된 '둔덕'의 콘크리트 구조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는 입장이나, 과거 해외 공항의 활주로 이탈 사고에서는 무안공항과는 달리 부서지기 쉬운 구조물로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이 드러나 국토부의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1일 업계에서는 지난 2015년 일본 히로시마공항 아시아나 항공기 충돌 사고와 2022년 필리핀 세부공항의 대한항공 여객기 '오버런' 사고 등이 재조명받고 있다. 이 두 사고에서도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했고 로컬라이저와 충돌했다.
2015년 4월 14일 아시아나항공 OZ162편이 히로시마 공항에 착륙 도중 활주로를 벗어난 사고가 일어나 기체가 로컬라이저를 들이받은 일이 있었다.
사고 이후 일본 국토교통성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기는 안개 때문에 활주로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곧바로 복행을 하지 않고 충돌 직전에야 복행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정상 활공각보다 낮은 고도로 로컬라이저를 들이받았다.
바닥에 설치됐던 안테나 모양의 로컬라이저는 모두 부서져 항공기에 큰 충격을 주지 않았다. 항공기는 로컬라이저 충돌 후 반원을 그리며 돌아서 풀밭에 정지했다. 당시 사고 항공기의 착륙 시속도 약 200㎞로 빨랐고 충돌 후 항공기 엔진에 불이 붙었지만 탑승객 81명 전원이 생존했다.
지난 2022년 10월 24일 대한항공 KE631편이 필리핀 막탄 세부 국제공항에서 착륙을 시도하다가 활주로를 이탈한 사고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사고기는 활주로를 지나쳐서 착륙하는 오버런 과정에서 로컬라이저에 충돌했다. 기체 일부가 손상됐지만 탑승객 162명과 승무원 11명 전원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에 전파를 쏴 활주로에 안전하게 착륙하도록 돕는 공항 내 필수 시설이나 이번 제주항공 참사에서는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적받고 있다.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설치돼 사고 항공기와 충돌하면서 화재를 동반한 폭발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제주항공 여객기가 충돌한 콘크리트 둔덕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항 부지에 있는 모든 장비와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는 규정 위반을 지적하고 있다. 국토부는 전날 보도참고 자료를 통해 "로컬라이저는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고 밝혔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로컬라이저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바깥에 설치돼 공항시설법 관련 지침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재차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가 고시한 '공항·비행장시설 이착륙장 설치기준'에 따르면 정밀 접근 활주로라면 로컬라이저가 설치되는 지점까지 안전구역을 연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무안공항은 정밀 접근 활주로에 해당하는 만큼 무안공항의 안전구역은 로컬라이저가 있는 곳까지다. 안전구역 안에서는 애초에 지금과 같은 콘크리트 둔덕은 허용될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항공 관련 규정은 국제민간항공협회(ICAO) 부속서와 미국 연방항공청(FAA) 규정을 그대로 갖고 와서 만들었다. 공항 설계 시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ICAO 공항설계매뉴얼 제6부(ICAO Doc 9157, Part 6) 첫 장에도 '활주로 주변 모든 구조물은 'Frangile(부러지기 쉬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로컬라이저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세종=이민우·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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