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약진과 플랫폼 영토 확장이 본격화하면서 소버린AI와 토종 플랫폼의 위치가 위협받고 있다. 검색시장은 빅테크를 중심으로 생성형 AI와 결합한 하이브리드 검색엔진 시대로 접어든지 오래지만, 네카오(네이버·카카오)의 입지는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 네이버는 '온서비스AI'와 로봇, 글로벌 진출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네이버의 대표 생성형 AI 서비스인 '하이퍼클로바X'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카카오는 신규 AI서비스인 카나나를 개발 중이지만 기대했던 속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쇼핑 부문을 분리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쇼핑 이용자의 의도와 취향 등을 파악해 제품을 추천하는 'AI 쇼핑 추천'이 강화된다.
최수연 대표가 지난해 11월 통합 컨퍼런스 '단24'에서 공개한 '온 서비스 AI'(네이버의 모든 서비스에 AI 적용)의 일환이다. 최 대표는 새해를 앞두고 돌린 사내 뉴스레터에서도 네이버의 방향성을 'AI'와 '글로벌'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2025년은 '온 서비스 AI'를 주제로 우리 서비스 전반에 더 큰 변화를 예정하고 있어 아직 만족하긴 이르다"며 "지난 수년간 사내독립기업(CIC) 제도를 통해 모바일 시대를 무사히 항해해 온 만큼 새로운 조직과 분위기로 앞으로 AI 시대에서도 필요한 일들을 해 나가야 할 때다. AI를 비롯해 새로운 기술과 환경이 가져올 변화의 속도가 더 빠를 것이므로, 빠른 의사 결정과 정직함으로 네이버 호를 잘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검색에 접목한 '큐' 서비스를 출시해 AI 검색 기능을 강화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AI 브리핑'으로 검색 서비스를 확장한다. 그러나 큐 서비스는 아직 베타서비스 중이다. 대기 명단에 등록하면 승인을 거쳐야 사용할 수 있다. 네이버가 주춤하는 사이 검색시장에서의 AI 장악력은 매우 커지고 있다. 인터넷트랜드의 검색엔진 점유율 변동추이를 살펴보면 AI서비스가 본격화하기 전인 2022년 연간 평균 검색시장 점유율이 네이버가 61.20%, 구글이 28.55%였으나 AI 서비스가 등장한 2023년에는 네이버가 58.16%, 구글이 31.87%로 격차가 줄었다. 지난해는 네이버가 58.12%, 구글이 33.03%로 더 밀착했다. 더욱이 오픈AI가 챗GPT 웹 검색 기능을 지난해 말부터 무료 이용자에게도 제공하기로 하면서 검색시장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구글도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활용한 검색 서비스 'AI 개요'를 100개국 이상에 서비스하고, 메타도 자사 AI 챗봇 이용자를 위한 검색 엔진을 개발 중이다.
네이버는 중동지역 디지털 트윈 플랫폼 기술 수출과 웹툰 등 콘텐츠 글로벌화를 중심으로 시장 확대를 꾀하면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최 대표는 뉴스레터에서 "일본 시장에서 웹툰, 웍스, 로봇 서비스에 대한 도전을 이어갈 것이며 미국, 유럽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르기까지 네이버의 전장은 더 넓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올해 3월 임기가 끝나지만 연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카카오는 올해가 기로다. 카카오가 지난해 8조원에 육박하는 연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성장보다 비용통제에 따른 실적으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개발자 컨퍼런스인 '이프 카카오 2024'에서 대화형 플랫폼 형태의 AI 서비스인 카나나 출시를 호기롭게 알렸지만 기대감보다는 의문점을 많이 남겼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내놓은 '인터넷 서비스 4분기 프리뷰'에서 카카오의 부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오 연구원은 "카카오는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카카오톡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며, 4분기 실적발표에서 구체적인 개편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기존에 공개된 카나나 중심 성장 전략의 실효성이 떨어졌던 만큼 새로 공개될 톡 개편의 유효성에 카카오 중장기 성장성이 결정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컨텐츠 매출 감소와 플랫폼 매출 성장 둔화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카카오의 미래는 카나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카카오는 카나나를 'AI 비서'를 넘는 'AI 메이트'로 차별화를 하면서 제2의 카카오톡과 같은 위상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AI와의 대화뿐 아니라 그룹 대화를 기억하면서 맥락을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고도화된 능동적 AI 서비스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카카오는 원래 지난해 중 카나나 사내 베타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톡과 별개의 앱으로 출시를 준비 중인 만큼 카나나가 장기적으로 병행 대화 채널로서 수익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카카오는 아직 카나나의 수익 모델을 공개하지 않았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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