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오리온' 데이터 늘려도
성능 큰 차이 없어… 난관 봉착
기업 70% "AI, 투자 위험요소"
불확실 커도 위기감에 투자 지속
성능 큰 차이 없어… 난관 봉착
기업 70% "AI, 투자 위험요소"
불확실 커도 위기감에 투자 지속
최근 오픈AI의 차세대 AI 모델 '오리온'의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며 인공지능(AI) 기술진화가 주춤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형언어모델(LLM)의 성능 개선이 둔화되면서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을 투입하면 성능이 그만큼 나아진다는 기존 '스케일링 법칙'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빅테크들은 올해도 수천억 달러를 투입해 AI 인프라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세계 각국도 AI 인프라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AI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선 새로운 컴퓨팅 자원과 인프라 개선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잠재적 위험 요소?…AI한계론 다시 '솔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AI 모델의 성능 개선이 데이터 및 컴퓨팅 자원 투입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콧 스티븐슨 스펠북(Spellbook)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연구소들이 언어 데이터를 계속 추가하면 AI가 더 똑똑해질 것이라고 믿었지만, 이는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언어 데이터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접근법으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AI 한계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계기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차세대 AI 모델 '오리온'의 성능 향상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오픈AI는 차기 모델 오리온을 개발 중이며, 이는 기존 GPT-4의 성능을 크게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테스트에 참여한 소식통에 따르면, 오리온의 성능 향상은 GPT-4 대비 완만한 수준에 그쳐, 코딩 작업 등 특정 영역에서 개선폭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GPT-4가 GPT-3 대비 월등히 향상된 성능을 보였던 것과 비교할 때, AI 발전 속도가 현저히 둔화된 셈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GPT-5를 위해 18개월 이상 대규모 훈련을 했지만 예상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오픈AI뿐만 아니라 구글 역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구글의 차세대 모델 '제미나이' 또한 사전 훈련을 통해 성능을 향상시키 했지만 이전과 같은 정도로 개선되지 않자 강화학습, 추론강화 같은 새로운 접근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글 내부에서는 이전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성능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은 단순히 성능 개선이 멈춘 것을 넘어, 더 높은 실행 비용이 들어간 만큼 성능 후퇴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계 드러내는 '스케일링 법칙'
이 같은 문제의 배경에는 '스케일링 법칙'의 한계가 있다. 스케일링 법칙은 LLM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고 컴퓨팅 자원을 확장하면 성능이 지속적으로 개선된다는 가정에 기반하지만, 최근 대형언어모델에서는 그 효과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한때 AI 기술의 발전을 이끈 핵심 원리로 여겨졌던 이 법칙이 지금은 산업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오픈AI 공동창업자이자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 설립자인 일리야 수츠케버는 최근 "AI 모델의 사전훈련 확대로 인한 결과가 정체됐다"며 "이제는 '무엇을 스케일링할지' 연구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 고민' 보고서에 따르면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281곳이 올해 연례재무보고서(FORM 10-K)에 AI를 잠재적 위험요소로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473% 증가한 수치로, 생성형 AI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기업은 108개였는데 이 중 75개 기업(69.4%)이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위험 요인과 이점을 같이 쓴 기업은 24개, 이점만 기재한 기업은 9개에 그쳤다.
AI 기술이 각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미치는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전진우 NIA 책임연구원은 "이미 AI에 천문학적인 예산과 인력이 투입됐지만 앞으로 투자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며 "위험 관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 또한 "빅테크의 AI 기술 투자가 실적으로 반영되는 시점이 불확실하다"라며 "AI 인프라에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모든 빅테크 기업이 이 리스크를 피하기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뒤처지면 끝…AI 투자 멈추지 못하는 빅테크
하지만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인프라 확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등의 주요 테크 기업들은 올해 AI 인프라 구축에 약 2090억달러(약 306조4567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2021년 대비 약 두 배 증가한 수치로, 주로 생성형 AI 기술 개발과 데이터센터 확장에 사용될 전망이다.
오픈AI는 최근 66억달러(약 9조6775억원)를 추가로 조달했으며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인공지능(AI) 기업 xAI는 60억달러(약 8조7978억원) 규모 추가 투자금을 유치했다. 아마존은 앤스로픽에 추가로 4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총투자 규모는 80억달러에 이른다.
각국도 AI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와 AI 산업 육성을 위해 2030년까지 총 10조엔(약 93조1490억원)의 공적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AI 연구를 결합해 경제적·군사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AI 기술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 중이다. 대만은 AI 산업에 향후 3년간 매년 300억대만달러(약 1조3434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투자에 대해 AI 기술의 성능 향상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경쟁자에 밀리는 순간 전체 기술패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배경에 있다고 분석한다. 생성형 AI 같은 기술이 데이터 활용 방식을 혁신할 가능성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점도 투자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케빈 스콧 MS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스케일 확장에 따른 한계 수익이 줄어들고 있지 않다"며 "규모를 확장함에 따라 더 복잡한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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