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작년 한 해 동안 삼성전자 10조원대 팔아치워
올해는 어떨까…"여전히 상황 좋지 않지만 하락 위험 제한적"
국내 증시 '국민주' 삼성전자가 작년 한 해 동안 힘을 좀처럼 내지 못하고 결국 '5만전자'로 2024년을 마무리했다. 올해도 여전히 비관론이 우세하지만, 추가 하락 대신 박스권 등락이 예상된다는 증권가의 전망이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한 해 동안 31.96% 하락했다. 작년 7월 고점 8만7800원 대비해선 39.41% 빠졌다.
7만8000원대에서 2024년을 열었던 삼성전자가 하반기부터 글로벌 반도체 업황 둔화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지연 등의 악재에 휘말리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이다. 시가총액은 고점 당시 524조원에서 작년 말 317조원대로 마감, 약 반 년 만에 207조원이 증발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를 작년 한 해 동안 10조5197억원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지난 8월까지 삼성전자를 매집하다 9월부터 매도세로 전환한 뒤 줄곧 내던졌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대량매도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를 키운 배경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인공지능(AI) 관련 산업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전자도 수혜를 입을 수 있을진 미지수다.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HBM 시장 내 점유율 확대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여기에 작년 말부터 환율이 빠르게 치솟자 고환율 수혜 대신 비용 증가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출 대신 시설 투자 및 반도체 장비와 설비 구입비용이 증가하면서 투자비가 상당 부분 늘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추세다. 지난 한 달 동안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등을 비롯해 10곳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IT 하드웨어 세트 수요는 전년 대비 한 자리 수 초중반 퍼센트(%)의 미약한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이어 "AI와 HBM 중심의 업사이클에서 소외된 것이 주가 하락의 주 요인임을 고려할 때, 하반기 이후 엔비디아 진입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될 것"이라고 봤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예상보다 부진한 수요로 당분간 레거시 부분의 부정적인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며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보수적인 공급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과거 대비 다운사이클이 짧아질 가능성도 존재하나, 결국 수요 회복 없이 회복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 주가가 작년 연말에 악재를 선반영했고 가격 조정이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 수준이고 자사주 매입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주가 하방이 막혀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원 KB투자증권 연구원은 "PBR이 1배에 근접하는 한편 최근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10조원 자사주 매입 결정 등으로 하락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우려가 팽배하지만, 10조원의 자사주 매입을 결의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