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가 올해도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 강달러 지속 등으로 어려운 시황이 예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국내외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규제가 한층 강화되는 만큼 주요 철강사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국내외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규제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도입해 철강과 알루미늄 등 6개 품목에 대해 내년부터 탄소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턴 탄소배출량 측정 데이터를 수집하는 전환 기간을 운영하게 된다. 미국도 올해부터 청정경쟁법(Clean Competition Act, CCA)을 도입하며 철강과 시멘트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의 수입품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른 비용을 부과할 방침이다.
이러한 글로벌 규제 강화에 따라 국내 철강사들도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철강업계 전반에선 저탄소 전환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생산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포스코는 올해까지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 설계 기술을 확보하고 오는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 개발을 완료할 방침이다.
최근 포스코그룹은 인사를 통해 능력 중심의 인재 경영 철학을 강화했으며, 구매·조달 전문가를 주요 직책에 배치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장 회장은 "경제적인 방식으로 저(低)탄소 강재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전기로 경쟁력과 탄소중립 브릿지 기술을 조속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특히 전기로는 올해 안에 준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하이렉스(HyREX) 데모 플랜트 착공 준비를 차질없이 진행해 탄소중립 로드맵을 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현대제철은 중국과 일본에서 밀려드는 저가 철강재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반덤핑 제소에 나섰으며 수익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모색 중이다.
세아제강은 영국 해상풍력 시장에서의 도약을 위해 투자를 강화하고 있으며 내부 재편 과정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동국제강도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고객 중심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마케팅실을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기술 개발과 전환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철강사들이 단기적으로는 기존 설비의 효율성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는 혁신적인 저탄소 기술 도입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요 수요 산업의 부진으로 철강 수요 감소가 전망되는 만큼 각 철강사들은 생산량을 조절하거나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는 특히 불황과 맞물려 추가적인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