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과감하게 미래기술 투자"
SK "현신제품 출시에 역량 결집"
SK "현신제품 출시에 역량 결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기술력'을 새해 키워드로 지목했다. 범용 반도체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용 반도체에 미래 사활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차기 AI 가속기용 고단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주를 두고 양사가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일 한종희 DX부문 대표이사 부회장과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 공동명의로 발표한 신년사에서 'AI 기술력'을 강조했다. 두 부회장은 "AI 기술의 변곡점을 맞이해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조기에 발굴하고,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엔비디아 HBM3E(5세대) 공급망 진입이 늦어지며 실적 부진을 겪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전영현 부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최선단인 1c(6세대) D램을 성공적으로 양산해 엔비디아의 HBM4(6세대) 첫 번째 공급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신년사를 통해 AI 반도체 경쟁력을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HBM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AI 반도체 시장에서도 우위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곽 사장은 "모든 면에서 작년을 넘어 일류 회사로 발돋움 해야한다"며 "혁신 제품을 적기에 출시하기 위해 전사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에서 HBM3E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90%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HBM3E 비중이 40%대 점유율에 머물렀던 것을 고려하면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진다는 의미다.
그간 엔비디아가 전 세계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하면서 메모리 업체의 HBM 최대 고객사가 됐는데, 업계에선 올해 타 빅테크로도 HBM 고객사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브로드컴은 최근 개별 기업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AI 가속기 제작에 성공해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자체 AI칩을 개발하고 있는 구글과 아마존 등도 HBM 시장의 잠재적 고객사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파트너사로 HBM3E 시장을 사실상 독식했는데, 올해는 이전처럼 전체를 독식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을 등에 업은 마이크론의 추격세를 뿌리쳐야 하는 것도 과제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엔비디아의 두 번째 공급사로 등극하며 HBM3E 제품을 공급했다.
마이크론은 올해 상반기 HBM3E 12단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업계에선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돼 마이크론이 상당 부분 수혜를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범용 메모리 시장이 침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메모리 투톱이 AI를 실적 만회 돌파구로 지목한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차기 AI 가속기용 HBM 수주 경쟁은 올해보다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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